[이재근의 트렌디라이프] 무슨 작품 앞에‥당신은 서 있나요?

그림마다 멈춰선 관객마다의 사연

뉴스래빗 영상기획 '트렌디라이프'
미술 대중화 현장, '서울아트페어' 후기
[편집자 주 ] 예술은 세상과 소통할 때 그 가치를 드러낸다. 소통할 때 배제해야 할 건 편견이다. ‘예술은 어렵다’, ‘미술은 고리타분하다’와 같은 연막들 말이다.

"그림은 설명하는 게 아니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거야."영화 ‘르누아르’ 속 대사처럼, 우리는 각자의 느낌대로 작품을 받아들인다. 재료나 표현기법보다 중요한 건 작품과 관객의 소통. 당신이 예술과 대화할 준비가 됐다면 이제 소개할 곳은 그 소통의 장이다.

↓ 영화 예고편 형식으로 제작한 '예술과의 소통' 이야기를 감상해보세요.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오픈아트페어’ 전시공간. '미술의 대중화' 기치 아래 여러 작가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작품 앞에 홀로 선 사람,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는 관객, 사진을 찍는 애호가 등. 소통하는 방법은 달라도 저마다의 마음으로 예술을 대했다.두어 시간 전체 부스를 둘러보았다. 독특한 조형물부터 압도적인 크기의 회화까지 볼거리는 많았다.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다리가 아파올 때쯤 한 갤러리 의자에 앉았다.
앉아있는 새들을 담은 작품이 정면에 있었다. 감상인지 휴식인지 어정쩡해질 때 쯤 큐레이터가 다가왔다.

"디지털 프린팅 작품입니다. 다양성을 잃어가는 현대인들을 표현한 작품이에요."설명을 듣고 보니, 전깃줄을 부여잡은 새들이 우리네 지친 이웃들처럼 보였다. 의미없이 관망했던 작품과 비로소 소통하게 됐다. 메마르게 지나쳐온 작품들을 다시 보고 싶어졌다.
부스를 거슬러오르던 중 집들을 그린 작품 앞에서 한참을 떠나지 못하는 남자를 봤다. 사연이 궁금했다. 조심스레 다가가 물었다. 직장 때문에 서울로 온 그는 작품에서 떠나온 고향 집을 떠올렸다. 이름 모를 그림 속 동네가 그의 새로운 고향 같았다. 분명한 작가의 의도는 모른다. 하지만 한 남자를 사색에 잠기게 한 건 분명했다.

우리는 저마다의 작품 앞에 선다. 미술대 진학을 꿈꾸는 고등학생은 배우는 자세로 섰고, 작가는 다른 작가의 그림을 보기 위해 섰고, 큐레이터는 경쟁 갤러리를 분석하려고 섰다. 각기 다른 인생만큼이나 작품이 주는 의미는 다르다. 틀린게 아니라 다르다. 예술에 정답이 있는가.늘 서로 비교하며 해답을 쫓지만 예술은 정답을 원치 않는다.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면 그 뿐,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별적인 세상. 프랑스 인상파 화가 르누아르는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남는다"고 했다. 고달픈 인생, 예술과의 진솔한 소통이 그 짐을 덜어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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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김민성 기자, 연구= 이재근 한경닷컴 기자 rot011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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