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유럽으로 손 내민 아프리카의 서북단…푸른 보석 같은 마을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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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E4
모로코 탕헤르·쉐프샤우엔

반짝이는 항구도시, 탕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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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의 이슬람 세력이 확장했을 때는 유럽의 이베리아반도까지 지배했다. 15세기 이후에는 프랑스, 스페인,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현 모로코 국왕의 조부인 모하메드 5세는 유럽 통치에 항거하며 독립운동의 선두에 섰다. 힘겨운 싸움 끝에 독립을 쟁취한 모로코 국민은 왕족에 대한 충성과 사랑이 대단하다.
블루에 매혹되다. 쉐프샤우엔
탕헤르에서 버스로 3시간, 모로코에서 가장 예쁜 마을로 불리는 쉐프샤우엔은 탕헤르에만 머물기 아쉽다면 하루쯤 다녀올 만한 도시다. 모로코 북서부에 있는 이 아담한 산간마을은 ‘모로코의 블루빌리지’로 불린다. 말 그대로 마을이 온통 푸른색이다. 15세기 중반에 건설된 쉐프샤우엔은 마을 뒤로 산봉우리 두 개가 솟아 있다. 쉐프샤우엔은 ‘뿔들을 보라’는 뜻으로 낭만적인 마을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험한 산맥 사이에서 긴 시간 삶을 꾸려온 마을 사람들의 강인한 정신은 그 이름을 쏙 닮아 있다.수많은 여행자가 쉐프샤우엔에 매료되는 것은 걸음걸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색채 때문이다. 저절로 걸음이 느려지는 골목들을 걸으면 모로코 느낌이 물씬 나는 상점들이 여행자의 가벼운 지갑도 기꺼이 열게 만든다.
모로코의 여느 여행지와 달리 호객꾼이 달라붙지도 않고, 흥정하기 위해 머리 싸움을 할 필요도 없다. 여행자도, 상인들도, 골목을 수놓는 아이들도 이 마을 안에선 평화롭고 여유가 넘친다. 모로코에서 가장 평온하고 아름다운 사진은 쉐프샤우엔에서 나온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마다 마을의 색채와 사람들의 느린 걸음걸이가 고스란히 담긴다. 작품사진 하나쯤 건지고 싶다면 마을의 작은 골목 계단에 앉아 10분만 기다리면 된다. 살금살금 눈치를 보며 걸어가는 고양이, 젤라바(모로코 남성 전통의상)를 입은 노인, 엄마 심부름을 가는 아이. 모두가 좋은 피사체가 돼 줄 것이다.
쿠스쿠스, 모로코 전통 가정식을 맛보다
특별한 날에 외식을 하는 우리와 달리 모로코는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최고로 여긴다. 탕헤르에 살고 있는 친구 야스민은 배가 고프다며 괜찮은 식당에 가자는 내 말에 망설임 없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드디어 소문으로만 들었던 모로코 대표 음식 쿠스쿠스를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탕헤르(모로코)=이하람 여행작가 skyharam2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