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노동개혁 긴급명령권 행사한 올랑드

"테러보다 일자리가 급하다는 프랑스
노사정위에 끌려다닌 한국과 대조적
통일대비 위해서도 승부수 던져야"

박기성 < 성신여대 교수·경제학 몽펠르랭소사이어티 회원 >
프랑스 좌파 대통령 올랑드는 긴급명령권을 행사해 노동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실업률이 10%를 넘고 특히 청년실업률이 25%를 넘어 테러보다 일자리문제가 프랑스의 미래에 더 위협적이라는 절박함에서 나온 특단의 조치다.

통과된 노동법에 따르면 노조와의 합의하에 현행 주 35시간인 근로시간을 46시간까지 늘릴 수 있고 초과근로를 포함하면 60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초과근로수당도 현행 25%에서 10% 웃돈으로 낮췄다. 또 기업의 수주나 영업이익이 줄어들 경우 정규직 해고를 쉽게 했다. 2000년 사회당 조스팽 총리의 주도로 자랑스럽게 도입한 주 35시간 근로제는 고용창출은커녕 실업자를 양산하고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올랑드 집권 후 3년여 동안 실업자가 70만명 이상 급증해 360만명에 달한다. 이 개혁안은 노조가 배제된 위원회에서 2016년 1월 보고서로 제출됐다. 개혁안이 나온 뒤 4개월 만에 전격 통과된 것이다.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후 1년 반이 지난 2014년 8월 노동개혁의 시동을 걸면서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노조 의견을 반영해 개혁안을 짜도록 했다. 노동개혁의 핵심이 노조의 과도한 힘의 발휘를 억제하고 제자리를 찾도록 하는 것인데 노사정위를 무대로 개혁의 대상인 노조가 개혁의 주체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 결과 9·15 노사정합의는 정부의 독자적인 노동개혁을 원천적으로 봉쇄했을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을 더욱 경직화하고 노사정위의 범주를 확장했으며 노조의 권한을 강화한 노조의 완벽한 승리였다. 그마저 1월 한국노총에 의해 파기됐다. 시동을 건 지 2년이 다 돼가지만 노동개혁은 좌초할 위기에 있다.

한국 노동시장도 프랑스 못지않게 심각하다. 대선 공약이던 60세 정년강제법안의 3년 전 국회통과는 가뜩이나 경직적인 노동시장이 특히 새로 진입하는 청년들에게 문을 닫아버리는 결과가 돼 ‘청년 고용절벽’을 초래했다. 지난 2월 기준 청년 실업자는 56만명이고 실업률은 12.5%다. 여기에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자 57만9000명, 구직단념자 47만4000명을 더하면 161만3000명에 달해 1년 전에 비해 13만6000명 증가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60세 정년까지 나가지 않고 버틸 것이므로 청년고용절벽은 향후 3~4년간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노사정위를 통한 노동개혁을 선택함으로써 노조에 발목이 잡혀 지난 2년을 허비하다 여당은 다수당의 지위도 잃었다. 정부의 노동개혁 4법안 중 3개 법안은 노동비용을 늘리는 ‘노동복지법안’이고 파견업무를 확대하는 법안도 모든 제조업무나 연령이 아니고 매우 제한적이어서 노동개혁 법안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다.

올랑드는 다음 대선까지 1년을 남겨 놓고 지지세력을 배신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박근혜 정권에 이런 결기가 있는가? 있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먼저 개혁안을 다시 짜야 한다. 상대적으로 개정하기 쉽고 파급효과가 큰 포컬 포인트가 노동법에도 있다. 노조의 파업권과 사용자의 경영권을 대등하게 보장해 주기 위해 파업 참가자에 대한 외부인력의 대체근로가 인정되도록 노조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를 금지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한국뿐이다. 제조업무 등 거의 모든 업무에 파견을 허용하고 일부 업무에만 파견을 금지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파견법을 개정해야 한다. 사무직 등은 초과근로수당을 받을 수 없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면 늦게까지 근무하지 않아 저녁이 있는 삶을 되돌려 받고 근로시간 단축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노동개혁은 통일 후 북한주민들이 복지 대상이 아니라 생산인력이 되기 위해서도 절실하기 때문에 통일 대비 차원에서도 추진돼야 한다. 노동개혁을 주도하는 프랑스의 총리, 경제장관, 노동장관은 각각 1962, 77, 78년생인 것도 지적해 둔다.

박기성 < 성신여대 교수·경제학 몽펠르랭소사이어티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