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시장'으로 회춘…광주 '1913 송정역시장'

폐장위기 시장서 1030 명소로…재개장 한달 만에 하루 방문객 20배↑
103년 전통의 재래시장인 ‘1913 송정역시장’을 찾은 젊은이들이 셀카를 찍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광주광역시 송정역 길 건너편 재래시장인 ‘1913 송정역시장’. 해질무렵부터 시장은 형형색색의 조명과 젊은이들의 발길로 북적대기 시작했다. 시장 입구에는 시계탑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기 위한 사람들로 긴 줄이 만들어졌다. 시계탑과 1913 송정역시장이란 글자가 새겨진 하얀색 건물 배경의 야간 사진이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끈 이후의 변화다. 시장 곳곳에서는 노래와 춤 등 거리공연이 펼쳐지면서 금세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축제의 장으로 바뀌었다.

명맥만 근근이 유지해 오던 1913 송정역시장이 재개장 한 달 만에 전국 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곳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쇠락을 거듭하다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103년 역사의 ‘송정역전매일시장’이었다. 장사가 안돼 폐점이 잇따르면서 영업 중인 점포는 60여곳 중 20여곳에 불과했다.

이곳이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현대자동차그룹이 추진하는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를 통해 활력이 넘치는 ‘젊은 시장’으로 바뀌었다. 1년여의 리모델링 끝에 지난달 18일 재개장한 시장은 명소점포와 스타 상인을 배출하면서 사람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오래전 문을 닫은 새마을금고 건물에는 이색 하우스맥줏집이 들어섰고, 세계 각국 라면집을 운영하는 젊은 여사장도 SNS에 자주 등장하며 송정역시장의 스타 상인이 됐다.부각이나 양갱을 만들어 파는 매장과 전라도 사투리를 디자인에 활용해 엽서와 휴대폰 케이스 등 30여종의 문구용품을 판매하는 ‘역서사소(여기에서 사세요)’는 시장의 명소로 변신했다. 골목 끝자락에 자리 잡은 개미네방앗간과 매일청과는 직접 농사를 지어 빻은 잡곡미숫가루와 생과일주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개미네방앗간 김인섭 대표(상인회 부회장)는 “미숫가루 음료 판매와 젊은 취향에 맞춘 포장 개발로 하루 3만원도 못 올리던 매출이 재개장 이후 10배 이상 늘어났다”며 “요즘 돈 버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시장을 찾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하루 방문객은 4300여명으로 증가했다. 1년 전에 비해 2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 따르면 개장 후 4주간 11만3000여명이 시장을 다녀간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7일에는 하루 방문객 수가 9000명을 넘기도 했다.시장의 부활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에 초점을 맞춘 리모델링의 결과다. 현대카드 TF팀은 1970~1980년대 시장 모습을 재현해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20여개의 야시장 점포와 빈점포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청년상인 점포 17개를 입점시켜 시장의 이미지를 바꿨다.

박종관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인프라지원본부 부장은 “청년 상인과 기존 상인의 역할 정립 등 운영시스템 보완을 통해 시장이 지역경제를 이끌어가는 경제주체로 설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