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돈' 관리…고수는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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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예금·MMF보단…RP·ETF·단기채펀드·공모주펀드
두 달 넘게 '박스권 증시'
올 코스피 상승률 0.19% 불과
주식형펀드에선 환매 줄이어
"이럴 땐 쉬어가는 것도 투자"
다음 투자 위한 대기성 자금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 제공하는 채권·공모주 펀드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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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에 힘이 모자라거나 상승 모멘텀이 안 보이는 국면에선 안전자산이 인기를 끌기 마련이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채권형펀드로는 한 달 새 9527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채권형펀드 투자자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리스크(위험) 관리 차원에서 포트폴리오의 일부를 안전자산으로 채우려는 투자자들이 첫 부류다. 이들은 주로 중장기 국공채를 담는 펀드를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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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돈을 공모주 청약에 활용하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공모주 청약은 경쟁률이 100 대 1이 넘기 때문에 억원 단위의 자금을 넣어야 수백만원 안팎의 주식을 받을 수 있다. 최근 공모주 투자로 재미를 본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1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뒤 연일 상한가를 기록한 해태제과식품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까지 호텔롯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공모주 청약시장에서 바람몰이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로 채권에 투자하면서 일부 공모주를 담는 공모주펀드도 대기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전통적인 ‘주식+채권’ 조합 대신 ‘공모주+채권’ 조합으로 재테크 보릿고개를 넘겠다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분석이다.공모주 펀드들은 대부분 전체 포트폴리오의 70~90%를 채권으로, 나머지 10~30%를 공모주로 채운다. 공모주로 큰 재미를 보지 못해도 일정 수준 이상 수익률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개별적으로 공모주 투자를 할 때와 달리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도 공모주 펀드의 장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에 변수가 많은 국면인 만큼 현금성 자산을 일정 비중 이상 가져가는 ‘휴(休) 테크’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야 글로벌 증시에 ‘블랙스완(뜻하지 않은 돌발 위험)’이 나타나 지수가 단기 급락했을 때 저가 매수에 나설 수 있다는 논리가 점점 더 먹혀들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돌발 악재 후보군으로는 중국 지수의 MSCI 편입,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일 수 있는 미국 금리 인상 스케줄 등이 거론된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