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아마존 'AI 전쟁'] 미래기술 10개 쏟아낸 구글…"AI 개인비서가 건강관리까지"
입력
수정
지면A3
피차이 구글 CEO가 보여준 미래“헤이 구글! 아침 음악을 틀어줘.”
상대방 메시지 자동분석해 답장 추천
당뇨성 망막질환 같은 질병 척척 진단
가상현실 플랫폼 '데이드림'도 선보여
오전 7시 아버지가 주방 식탁에 놓인 맥주잔 크기의 스마트 비서 ‘구글 홈’에 이렇게 말하자 집안 곳곳의 스피커마다 신나는 음악이 울려 퍼진다. 곤히 자고 있던 딸이 깜짝 놀라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막내 아들은 여전히 비몽사몽이다. “헤이 구글! 침실에 불을 켜줘.” 아버지의 명령에 방이 환해지자 막내도 그제서야 잠에서 깬다.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마운틴뷰의 구글 본사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IO 2016’을 통해 공개한 구글 홈의 시연 장면이다.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인공지능(AI) 비서 ‘자비스’를 떠올리게 한다. 시연이 끝나자 행사장을 가득 메운 7000여명의 개발자는 미래를 앞당기려는 구글의 혁신 작업에 환호했다.
○전방위로 확대하는 머신러닝
이날 구글은 10여개에 달하는 신규 서비스를 한꺼번에 쏟아냈다. 이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AI ‘머신러닝(기계학습)’이다.구글 홈에 탑재된 가상 비서 솔루션 ‘구글 어시스턴트’는 구글이 새롭게 내놓은 메신저 ‘알로’에도 적용돼 있다.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을 자동 분석해 맥락에 맞는 답장을 추천해주는 ‘스마트 리플라이’ 기능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오늘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겠어?”라는 메시지가 도착하면 “지금 거의 다 왔어” 또는 “조금 늦을 것 같아. 미안해” 등 예상 답장을 보여줘 직접 문자를 입력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피차이 CEO는 머신러닝을 로봇 공학이나 질병 진단에도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당뇨성 망막병증은 늦게 발견하면 실명할 수도 있는 무서운 병이다. 피차이는 “이를 진단하는 데 눈의 스캔 사진과 고도의 훈련을 받은 의사가 있어야 하지만 (머신러닝으로) 이 같은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빈곤층의 치료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에 따르면 당뇨성 망막병증을 앓고 있는 환자는 미국에서만 420만명에 이른다.
영상 통화 전용 메신저인 ‘듀오’도 선보였다. 통화 버튼을 누르기 전에 전화를 건 사람의 모습을 미리 볼 수 있어 관심을 끌었다.구글의 차기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N’에는 매일 8억개 앱(응용프로그램)의 보안을 자동으로 점검하는 ‘세이프티 넷’이 탑재됐다. 업그레이드 버전을 공개한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플랫폼 ‘안드로이드 웨어 2.0’에도 머신러닝으로 사람의 손글씨를 인식해 텍스트로 자동 변환하는 기술이 들어갔다. 구글은 올 하반기 머신러닝이 탑재된 새로운 소프트웨어·하드웨어를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알파고의 ‘비밀 병기’도 공개
피차이 CEO는 지난 3월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의 ‘비밀 병기’도 처음 공개했다. 피차이 CEO는 “알파고는 이 9단과의 두 번째 대국에서 자신을 설계한 개발자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한 창의적인 수를 뒀다”며 “이 같은 성과를 거둔 배경엔 구글이 특수 제작한 ‘텐서 프로세싱 유닛(TPU)’이 있었다”고 밝혔다. TPU는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처럼 컴퓨터의 연산을 처리해주는 하드웨어 모듈이다.머신러닝은 연산 규모가 큰 만큼 전력 소모량도 많다. 피차이 CEO는 “TPU를 1년간 구글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해본 결과 전력 효율성이 기존 프로세서에 비해 10배 이상 높았다”고 했다. 구글은 AI 기술 확산을 위해 외부 개발사와의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구글은 이날 가상현실(VR) 플랫폼인 ‘데이드림’도 내놨다. 스마트폰 태블릿 헤드셋 등 다양한 기기에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 알카텔 HTC LG전자 샤오미 화웨이 ZTE 아수스 등 구글의 기존 파트너사가 모두 참여해 올가을께 이를 적용한 첫 스마트폰이 나올 예정이다.
샌프란시스코=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