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남역 화장실 살인' 추모 메모, 돈 대가로 고의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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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추모 열기 속 메모 고의 훼손 장면 VR 포착
훼손 인증 촬영 뒤 일베에 장당 1000원 성공 보수 요구
'여혐' 갈등 둘러싸고 "심야 시간에도 훼손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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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강남역 화장실 살인' 추모 메모, 돈 대가로 고의 훼손 영상
↑ VR카메라(LG 360VR)로 촬영한 3차원 영상 중 훼손 장면을 2D로 확대·재편집이날 대낮 근조 화환에 부착한 시민의 자발적 추모 메모(포스트잇)를 수차례 훼손한 뒤 사라지는 한 남성의 모습은 한경닷컴 뉴스랩(뉴스래빗)이 촬영한 가상현실(VR)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최근 일부 네티즌이 추모에 반대하며 온라인 상에서 메모 훼손을 거론한 적은 있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는 처음이다.
↓ [단독 VR] 강남역 추모 메모, 돈 대가로 고의 훼손 VR 전체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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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뉴스래빗이 강남역 10번 출구 추모 현장에 촬영한 영상(붉은 색 원 안)을 보면 회색 반팔티를 입은 한 남성이 맨 가장자리에 놓인 근조 화환에서 수차례 추모 메모를 훼손했다. 3~4회에 걸쳐 떼어낸 추모 메모를 자신의 크로스백에 담았다.
이어 미리 준비해온 가로 20cm, 세로 10cm 크기의 종이 한장을 화환에 부착했다. '대출 갤러리, 포스트잇 제거 장당 1000원에 제거요청 받았습니다. 꼭 입금해주셔야 합니다. 받은 돈은 대출금 갚는데 쓰겠습니다. 2016년 5월 20일 고용주님께 대출갤러가'라고 적혔다.
이 남성이 훼손 현장을 이탈한지 20여분 만에 디시인사이드 '대출 갤러리' 커뮤니티에 해당 인증사진이 올라왔다. 작성자명은 '포스트잇 철거', 제목은 '포스트잇 철거용역 완료했습니다'인 이 게시물에는 인증 사진과 함께 "입금해주실 일베 고용주분 계신가요?"라고 성공 보수 요구글이 적혔다. 피해 여성 추모 메모를 제거하면 돈을 주겠다던 특정 네티즌들에게 실제 입금을 요구한 것이다.
이번 강남역 화장실 살해 사건 관련 쟁점이 여성 피해 및 혐오로 모아지면서 여성 추모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일베 등 일부 극우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성들이 '여혐'으로 사건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며 추모 분위기에 반대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경찰 관계자는 "관련 훼손 신고가 접수되지 않아 (훼손의) 위법 여부를 당장 따지기는 힘들다"면서도 "의도의 경중에 따라 망자에 대한 명예훼손 등은 검토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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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김민성, 연구= 신세원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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