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워셔, 가습과 공기청정 사이서 '아슬한 줄타기'

공기청정 기능 부각시켜 불신 초래...시장 답보
애매한 스탠스로 가습 및 공기청정 기능 평가 절하
에어워셔업계 "에어컨처럼 고유제품으로 봐야"
[ 이진욱 기자 ] 2011년에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파동 후 안전한 대체 가전으로 승승장구한 '에어워셔'가 최근 '옥시 사태'에 대한 반사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수년간 제기된 공기청정 성능 논란과 혼란스러운 제품명 때문이다.

24일 생활가전업계에 따르면 에어워셔 시장은 2009년 5만대로 시작해 2010년 12만대, 2011년 20만대, 2012년 30만대 규모로 지속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이후 연간 20만대 이하 수준에서 답보상태다.

에어워셔는 물에 젖은 가습 필터에 바람을 불어 넣어 자연 증발시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디스크가 회전하면서 수분을 기화시켜 외부에서 들어온 먼지나 세균 등을 흡착시킨다. 이러한 기능으로 에어워셔 업체들은 ‘공기청정’ 기능을 부각시키며 판매를 늘렸다.

하지만 지난 2013년 한국공기청정협회와 소비자단체가 에어워셔의 공기청정 성능을 지적하면서 하향세로 접어들었다. 공기청정기에 비해 공기청정 능력이 부족한데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아 혼란을 준다는 것이다.당시 소비자시민모임은 에어워셔 7개 제품의 공기청정 성능을 조사한 결과 1개를 제외한 나머지 제품들에 대해 모두 미흡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에어워셔를 공기청정기 성능 시험 규격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제품 다각화에 나섰으나 이미 소비자 반응은 냉랭했다. 결국 LG전자는 에어워셔 대신 프리미엄가습기로 제품명을 전환했고, 위닉스도 주력 제품을 에어워셔에서 공기청정기로 바꿨다.

가전양판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영업사원들이 가습과 공기청정을 중시하는 고객에게 에어워셔대신 각각 가습기와 공기청정기를 추천하는 경향이 있다"며 "에어워셔의 제품군은 다소 어정쩡한 위치라서 가습과 공기청정 기능이 완전치 않을 것이란 선입견이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일각에서는 '에어워셔'라는 제품 명칭도 문제 삼고 있다. 제조업체가 제품명에 '에어워셔'라는 단어를 사용해 '공기를 깨끗이 씻어내는' 공기청정기인 것처럼 소비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

한국공기청정협회 관계자는 "에어워셔는 엄밀히 말하자면 가습기로 분류된다"며 "국내 한 업체가 지난 2007년 유럽에서 에어워셔를 들여올때 제품명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타 업체들도 하나둘 따라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의 경우 공기를 깨끗하게 해준다는 의미에서 가습기를 '에어워셔'로 판매했다가 공기청정기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아 다시 가습기로 명칭을 변경하기도 했다.현재 에어워셔를 출시하고 있는 대표적 업체는 대유위니아, 동양매직, 벤타코리아 등으로 이 업체들은 가습과 공기청정 복합기능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나갈 계획이다.

대유위니아 관계자는 "에어워셔는 유럽이나 미국, 일본에서는 가습기능 70%, 공기청정기능 30%의 복합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에어워셔를 에어컨처럼 고유한 제품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