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 '사립대 상생 대출기금'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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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재단 연 2.4% 특수채 발행교육부가 대학들을 위한 5000억원 규모의 대출전용기금을 3년에 걸쳐 조성한다. 재정에 여유가 있는 ‘부자 대학’을 대상으로 채권을 발행해 재원을 마련한 뒤 기존 고(高)금리 대출을 낮은 금리로 갈아타거나 급전이 필요한 대학에 빌려주는 구조다. ‘대학기금 품앗이’ 형태로 대학들은 연간 수십억원의 이자를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최대 1조원(예금+대출)의 자산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에 은행들은 비상이 걸렸다.
부자대학, 은행 돈 빼 채권 투자
연 1% 이자 대신 고수익 기대
최대 1조원 이탈…은행 '비상'
고금리 대출 받은 대학들 '숨통'
연 2.5% 금리로 기금 사용
은행 고금리 대출금 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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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예산승인 절차 남아
‘부자 대학’들조차 병원 기숙사 등을 짓기 위한 가용 재원이 고갈됐다는 점도 교육부가 기금 조성에 나선 이유 중 하나다. 적립기금이 8000억원에 육박하는 이화여대는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의료원과 의과대학을 설립하기 위해 지난해 은행에서 약 3000억원을 빌리면서 꽤 높은 금리를 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등록금이 장기간 동결된 데다 기금운용 수익률도 낮아 각 대학의 수입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기부금은 대부분 장학금 등 특정 목적에 쓰이도록 사용처가 정해져 있어 대학들은 병원이나 기숙사 건설 등 대규모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을 할 때마다 고금리 은행 대출을 이용하는 게 현실이다. 서울 시내에 있는 사립대 A대학 재무팀장은 “홍익대처럼 긴축경영을 하고 있는 몇몇 대학법인을 제외하고 서울에 있는 사립대들조차 법인 재무 상황이 최악에 가깝다”며 “5~6년 안에 많은 대학재단이 무너질 것이란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은행들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부자 대학’들이 예금을 빼 사학재단 채권을 사고, 고금리 대출을 받은 대학들이 빚을 갚아버리면 예금과 대출자산에서 최대 1조원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출기금으로 저리에 돈을 공급하기 시작하면 은행들도 바뀌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올 하반기에 기금 조성을 마칠 계획이다. 다만 기획재정부 승인이 변수로 남아 있다. 국고에서 돈이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 산하기관이 부채를 일으키는 것인 만큼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