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친환경 세정제 전도사' 나선 범우연합 김명원 회장 "미국 홀푸드마켓이 인정한 친환경 세정제…하반기 중국시장 진출"
입력
수정
지면B6
김낙훈의 기업인탐구최근 가습기 살균제 문제로 사회가 시끄럽다. 웬만한 일은 임직원에게 맡겨두는 김명원 범우연합 회장(76)이 오랜만에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습기 살균제 파동이 계기다. 그는 “이제 우리도 무공해 친환경 세정제를 써야 할 때가 왔다”며 “화학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친환경 세정제 ‘베지아쿠아’ 보급과 수출에 적극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그동안 직원들이 베지아쿠아를 파는 것을 옆에서 지켜만 봤습니다. 하지만 최근 각종 생활용품의 화학성분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면서 직접 친환경 문제에 대처하기로 했습니다. 건강에 해로운 것은 추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경영포인트
(1) 인본기업
(2) 사회공헌
(3) 정도경영
최근 가습기 살균제 파동 뒤 친환경 제품 마케팅 직접 챙겨
무공해 세정제 '베지아쿠아' 美서 360가지 성분검사 통과
국산 세정제 최초로 최고등급
중국, 매연 등 환경오염 '골머리', 대도시에서 친환경 수요 많을 것
김명원 범우연합 회장이 소매를 걷고 ‘베지아쿠아’ 전파에 나선 까닭이다. 그는 “베지아쿠아는 과일이나 채소에 잔류하는 농약, 박테리아 등을 제거하는 세정제”라며 “하지만 일반 세정제와는 세정 원리가 완전히 다른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 어떤 화학성분도 함유하고 있지 않다”며 “음이온의 특성에 의해 살균과 세정 능력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정성과 살균성, 안전성을 입증하는 여러 가지 성적서를 보여줬다. 그중에는 일본 식품분석센터의 분석 결과도 있다. 여기에는 식중독 원인균인 O157균, 살모넬라균, 장염비브리오균 등이 1분 내 대부분 살균되는 것은 물론 인체에 안전하다는 것이 기재돼 있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험인증기관인 슈스터연구소(Shuster Laboratory)로부터 살균력과 안전성을 확인한 성적서도 발급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대표적 유기농식품 판매 유통체인인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으로부터 친환경 최고 수준인 ‘그린등급’을 받았다. 홀푸드마켓은 무려 360여가지 화학성분에 대해 엄격한 관리를 시행한다.이런 까다로운 심사를 통해 제품을 ‘레드(Red)’부터 ‘오렌지(Orange)’ ‘옐로(Yellow)’ ‘그린(Green)’에 이르기까지 등급을 분류한다. 그린에 가까울수록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제품임을 뜻한다. 베지아쿠아는 2013년 이 검사 결과 그린등급을 받아 홀푸드마켓에 입점해 판매되고 있다. 이 제품은 30~40대 주부층을 주된 수요자로 생각하고 있다. 이들의 자녀는 대개 10세 이하의 어린이다. 누구보다 아이들 건강과 자연환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베지아쿠아는 범우연합 연구개발센터인 범우연구소가 개발했다. 경기 화성에 있는 이 연구소에는 70여명의 연구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이 중 약 30%가 석·박사급이다. 주로 화학공학과 생명공학 전공자들이다. 박인하 연구소장은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화학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범우연합은 압연유, 절삭유, 방청유 등 산업용 특수 윤활유를 제조하는 회사들을 관계사로 두고 있는데 이 중 베지아쿠아는 벡스인터코퍼레이션에서 생산한다. 물의 화학적 특성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베지아쿠아가 탄생됐다.이 제품은 국내 유기농 친환경 식품마켓인 올가홀푸드를 비롯해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AK플라자에 입점해 있다. 국내 굴지 항공사의 케이터링 사업부와 대표적인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에도 공급된다. 제품 원액은 중견 제약업체에도 공급돼 유아용 젖병 세정제 등의 원료로 활용되고 있다.
서울공고와 한양대 화공과를 졸업한 김명원 회장은 독일 유학 후 귀국해 1973년 5월 서울 충무로에서 창업했다. 그의 롤 모델은 유한양행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다. 고교 시절 학생대표로 인근 유한양행을 방문해 유 박사를 직접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특이하게도 사훈을 정한 뒤 창업했다. 사훈은 ‘인본기업, 사회공헌’이다.
인본기업의 핵심은 종업원을 근본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그는 단 한 번의 구조조정도 하지 않았다. 노사분규도 없었다. 외환위기 때 어려움이 닥치면서 임원들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건의하자 “직원을 자르려거든 나 먼저 자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런 정신을 토대로 43년 만에 연 매출 약 3100억원, 종업원 780여명의 중견기업을 일궈냈다.주된 생산품은 압연유, 절삭유, 방청유 등 특수 윤활유다. ‘기술지상주의’를 부르짖는 그는 1500여종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다. 압연유, 절삭유, 방청유 등은 이미 세계 3대 메이커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중국 미국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6곳에 해외법인을 세워 현지 시장도 개척하고 있다. 기술 수출에도 나서 독일 일본 중국 인도 등 8개국에 10여건의 기술을 수출해 로열티를 받고 있다. 최근엔 일본 업체가 일부 제품에 대해 기술을 이전해줄 것을 요청해왔다.
그는 올 하반기 거대 중국시장에 베지아쿠아를 상륙시킬 계획이다. 김 회장은 “중국은 매연 등 각종 환경오염 물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특히 상하이 등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의 주민들은 친환경 세정제에 대한 수요가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