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CEO, 투자는 '한 발' 먼저 치고나가고…안전엔 '한 발짝'도 양보 안한다

2014년 정유업계 어려울 때 이사회 설득해 5조 투자 받아내

정유·석유화학·윤활기유 '삼각편대'
"글로벌 종합에너지社로 키울 것 "

한국이름 나세일 '한식 마니아'
"은퇴 후에도 한국에 살고 싶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나세일입니다.”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새롭게 만난 한국 사람들과 항상 이렇게 인사한다. 명함엔 ‘나세일(羅世壹)’이라는 한국 이름이 새겨져 있다.사우디아라비아 사람인 그는 2012년 3월 CEO로 취임한 뒤 몇 달 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해 한국 이름을 지었다. 본래 이름인 나세르의 발음에 맞췄다. 본관은 에쓰오일 공장이 있는 울산으로 정했다. 한국 이름은 ‘세상을 아우르는 원만한 대인관계를 바탕으로 상하 신뢰를 얻어 최고의 기업을 만들자’는 뜻이라고 한다.

“아이 러브 코리아”

알 마하셔 CEO는 현대건설의 ‘주바일 신화’로 한국인에게 익숙한 사우디 주바일 출신이다. 그는 “주바일의 토목공사 현장에서 한국 건설업체 근로자들이 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한국 근로자의 근면성을 접한 알 마하셔 CEO는 한국에 진한 애정을 갖고 있다. 그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에쓰오일 대주주가 된 뒤 네 번째로 취임한 사장이다. 그는 “한국 사랑은 단연 으뜸일 것”이라고 자신했다.한국의 여러 면을 사랑하지만, 특히 좋아하는 건 음식이다. 알 마하셔 CEO는 임직원에게 “한국 음식은 매일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다”는 말을 자주 한다. 실제로 그는 한식 마니아다. 밥과 함께 매콤한 김치, 찌개, 고추장게장 등 한정식 집을 즐겨 찾는다.

알 마하셔 CEO는 해외출장을 떠나서도 한국식당을 찾아 된장찌개를 즐겨 먹는다.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 저녁식사로는 항상 좋아하는 된장찌개와 보쌈김치를 챙겨 먹을 정도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정(情)이 많고 화끈해서 좋다”고 말한다. 평소 “은퇴 후에도 한국에 머무르고 싶다”고 주변에 자주 얘기한다. 그는 한국의 장기 연휴기간에도 해외로 나가지 않고 가족과 함께 제주와 강원도에서 여행을 즐긴다.

뚝심으로 5조원 투자 이끌어 내한국에 대한 그의 애정은 에쓰오일의 대규모 투자로 이어졌다. 북한이 미사일을 전진배치하는 등 한반도에 긴장감이 높아진 2013년 4월과 5월, 정부가 외국인 투자 진흥을 위해 대통령 주재로 ‘외국인 투자기업 간담회’와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잇달아 열었을 때 알 마하셔 CEO는 에쓰오일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약 5조원)을 밝혔다.

이는 외국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하는 효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발표에 따라 에쓰오일은 2018년 준공 예정으로 온산에 잔사유(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 기름) 고도화 시설과 올레핀 공장을 짓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올 1분기 에쓰오일이 글로벌 톱 수준인 14.3%의 영업이익률을 올린 것도 그가 결정한 ‘슈퍼 프로젝트’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울산공장 내 윤활기유 및 파라자일렌(PX) 생산공정을 효율화하는 이 프로젝트는 2014년 하반기 정유업계 전체가 어려움에 빠져 있을 때 알 마하셔 CEO가 시행을 결정했다. 당시 주변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모기업인 사우디 아람코 인사 등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전방위적으로 설득하는 뚝심을 보여줬다.미래성장동력 육성에 올인

알 마하셔 CEO는 안전관리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올해 중점 경영과제로 추진 중이다. 그는 “안전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최상의 핵심 가치”라며 “임직원과 협력회사 근무자 등 모든 에쓰오일 가족은 공장을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한 사업장으로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쓰오일 임원 전원은 매년 두 차례 ‘공정지역 안전점검’ 프로그램에 참여해 현장 직원과 함께 안전의식 고취에 나서고 있다.

알 마하셔 CEO는 2014년 2월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서울 마곡산업단지 입주 계약서에 서명했다. 에쓰오일은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석유화학기술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2018년 온산 프로젝트 준공에 맞춰 석유화학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알 마하셔 CEO는 “대규모 시설투자를 통해 정유, 윤활, 석유화학 사업을 아우르는 수익성 높은 종합 에너지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의 이 같은 포부는 이미 현실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알 마하셔 CEO 취임 이후 지속된 노력으로 에쓰오일은 3대 사업부문인 정유·석유화학·윤활기유부문에서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춰가고 있다.

글로벌 유가 움직임에 따라 부침이 심한 정유부문의 의존도를 줄이고 윤활기유와 석유화학 비중을 늘린다는 게 에쓰오일의 전략이다. 2011년 84.5% 달했던 에쓰오일 정유부문 매출 비중은 지난해 78.6%로 낮아졌고, 올해 1분기에는 72%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석유화학 사업 비중은 7.5%에서 18.6%로 높아졌다.

영업이익 측면에선 작년 비정유부문에서 72.1%(윤활기유 38.1%, 석유화학 34.1%)의 영업이익을 내 사업 다각화 효과를 확인했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인 55%를 비정유부문에서 합작해냈다.

■알 마하셔 CEO는…△1960년 사우디아라비아 주바일 출생 △미국 이스턴미시간대 화학과 졸업 △미시간주 웨인주립대 화학공학과 석사 △2005년 사우디 아람코 정제부문 글로벌 담당 △2008년 사우디 페트롤륨도쿄 사장 △2012년 3월 에쓰오일 대표이사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