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인공지능, 플랫폼 경쟁이 시작된다

LGERI 경영노트

이승훈 < LGERI 책임연구원 shlee@lgeri.com >
최근 구현되고 있는 인공지능은 과거와 크게 다르다. 컴퓨팅, 데이터, 알고리즘의 한계가 차례로 극복되며 인공지능 분야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그 영향력이 제조, 금융, 의료, 자동차 등 거의 모든 산업에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파급력을 일찍 알아챈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미래 핵심 기술로 정의했다. 다양한 산업에서 혁신을 일으킬 핵심 요소로 활용하기 위해 인공지능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 구글과 애플은 모바일 운영체제(OS)를 통해 산업을 혁신시키고 이를 플랫폼화해 생태계를 만들며 산업을 주도해 왔다. 마찬가지로 주요 IT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플랫폼화해 다양한 산업에서 혁신을 리드하며 산업 생태계를 주도하려고 한다. 각 산업 내 기업들은 IT 기업의 인공지능 플랫폼을 활용해 생태계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다. 반대로 주도권을 가진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로운 기업들에 기존 영향력을 빼앗기며 도태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의 플랫폼화를 통해 이런 변화를 만들어 가려는 거대 IT 기업들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의 준비는 이미 시작됐고 다양한 산업 영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실리콘밸리의 주요 IT 기업들 중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영역에서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 가능한 ‘범용 인공지능 플랫폼’을 구축하려고 한다. 구글은 방대한 영역에서 그동안 확보한 빅데이터와 최고 수준으로 개발 중인 인공지능 핵심 기술을 접목해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구현하고 있다. 반면 페이스북, 아마존은 각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온라인 쇼핑몰 서비스를 제공하며 확보해 온 사용자 정보를 활용해 개개인의 성향을 정교하고 정확하게 분석 가능한 맞춤형 인공지능 플랫폼을 구현하려고 한다.

이와 달리 기업 간 거래(B2B) 영역에서 IBM, GE는 특정 산업 영역에 특화된 ‘전문 인공지능 플랫폼’을 구현하고 있다. IBM은 의료, 금융 분야에 집중해 전용 인공지능 플랫폼을 만들며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IBM은 자체적으로 인공지능 핵심 기술을 개발함과 동시에 각 산업 내 주요 기업을 인수합병(M&A)하며 전문성을 높여 가고 있다. 항공기, 제조, 에너지 등 각종 산업 분야의 사업 경험이 많은 GE도 인공지능 역량을 빠르게 확보하며 산업별 전문 인공지능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GE는 각 산업 현장에 인공지능 플랫폼을 확산시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을 플랫폼으로 활용해 산업을 혁신해 나가려는 주요 기업들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인공지능의 성능을 결정 짓는 3대 핵심 기술 요소인 알고리즘, 데이터, 컴퓨팅 파워를 둘러싼 기업들의 경쟁이 예상된다. 이 중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컴퓨팅 파워 경쟁에서는 주요 IT 기업들이 모두 상당한 수준의 역량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승부가 나지 않을 전망이다.생태계 특성상 선제적으로 플랫폼을 통해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해 내는 기업이 경쟁에서 우세할 가능성이 높다. 딥러닝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성능은 데이터에 의해 크게 결정되기 때문에 초기에 생태계 참여자를 빠르게 확보한 인공지능 플랫폼과 후발 주자로 시작하는 플랫폼 사이의 성능 차이는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플랫폼을 둘러싼 기업들의 경쟁은 매우 빠른 속도로 이뤄질 것이다.

이승훈 < LGERI 책임연구원 shlee@lger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