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은 하청업체 직원 생활비 주라는 중앙노동위원회
입력
수정
지면A1
친노동 성향 판정 부쩍 늘어
산업현장 "중노위 리스크"
법리 명백한데…지방노동위 결정 '뒤집기'
소송전 불러 기업도 근로자도 결국 피해
![](https://img.hankyung.com/photo/201605/AA.11757343.1.jpg)
지난해 12월에는 “부하직원 앞에서 직장 상사에 대해 폭언을 하고 근무시간에 노동조합 조끼를 입고 허가받지 않은 집회를 한 근로자라도 징계(정직·감급)해선 안 된다”는 중노위 판정이 나왔다. 한화테크윈 부당징계 재심 사건으로, “징계가 정당하다”는 경남지노위의 초심을 뒤집었다.중노위가 지노위 판정과 다른 결론을 잇달아 내리면서 노동위원회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노위가 친(親)노동 성향 판결을 하는 일이 잦아지자 산업현장에는 ‘중노위 리스크’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서울지노위 관계자는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 사건은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지노위에서 근로자 손을 들어주더라도 상급기관인 중노위에서는 신중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렸는데 최근 몇 년 사이 상황이 역전됐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법리적으로 결론이 명백한 사건인데도 중노위로 올라가면 뒤집히는 사례가 적지 않아 당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중노위의 편향된 판정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이 “원청기업이 하도급업체 근로자의 생활안정 및 재취업 대책까지 강구하라”고 한 아사히글라스 사건이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1605/AA.11757277.1.jpg)
한화테크윈 판정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많다. 직장 상사에게 공개적으로 폭언하고 근무시간 중 미허가 집회를 열어 정직·감급 징계를 받은 근로자에 대해 경남지노위는 ‘정당하다’고 했지만 중노위가 “정당한 노조활동이어서 징계사유가 안 된다”며 초심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민감한 노사문제에 대해 노동위원회 내에서 엇박자가 나면서 중노위 운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노위는 홈페이지를 통해 심판·조정 통계 등을 공개하고 있지만 지노위 초심유지율과 이후 법원으로 소송이 옮겨갔을 때 중노위 판단이 유지되는 비율인 재심유지율은 2014년 이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중노위는 초심 및 재심유지율을 게재했던 계간지 ‘조정과 심판’을 2013년 겨울호(55호)를 끝으로, 월간지 ‘노동위원회 브리프’는 2014년 8월호(77호) 이후 발행하지 않는다. 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사건처리 결과를 놓고 언론과 국회 등 외부에서 자꾸 문제를 삼아 발행을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중노위 판정이 법정에서 뒤집어지는 일도 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중노위 재심유지율은 2013년 87.9%에서 2014년 84.5%, 지난해 84.4%(7월 기준)로 떨어졌다. 중노위 판단이 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을 거치면서 바뀌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지난 26일 “아시아나항공이 사내 용모단정 규정을 이유로 수염을 기른 기장에게 29일 동안 비행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해당 기장은 턱수염을 깎으라는 팀장 지시를 어겨 비행정지 처분을 받자 구제신청을 냈다. 서울지노위는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정했지만 중노위는 “무리한 인사재량권 행사”라며 기장의 손을 들어줬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