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어놨더니, 쑥쑥 자랐네…적금·ISA·로보어드바이저

2016년 상반기 결산 - 투자자 사로잡은 '재테크 보석들'

정기적금
각종 우대금리를 더해 연 3%대…안정적인 수익 기대

ISA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모아 일정 부분 세제 혜택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
주식 매매차익뿐만 아니라 환차익 비과세

로보어드바이저
컴퓨터가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자산을 관리해주는 서비스

개인 간(P2P) 대출 시장
핀테크(금융+기술) 기술을 접목해 年 10%대 고수익
Getty Images Bank
저금리가 장기화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는 투자자가 많아졌다. 쥐꼬리만한 시중은행 예금상품 이자에는 눈이 돌아가지 않고, 그렇다고 공격적으로 주식에 뭉칫돈을 넣기는 부담스럽다. 부동산 경기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약보합세이고 글로벌 경기를 보니 호재보다는 악재부터 눈에 띈다. 여기에 조선 해운 등 취약업종 구조조정까지 겹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는 하소연이 넘쳐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올 상반기 투자자들을 사로잡은 재테크 시장의 숨은 보석들이 있다. 저금리로 투자자 관심에서 다소 멀어졌던 정기적금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은행권 적금상품 금리가 연 1%대 초중반까지 주저앉았지만 발품을 팔면 연 3% 안팎의 상품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어서다. 적금상품은 조건만 잘 맞추면 각종 우대금리를 더할 수 있어 어떤 투자상품 못지않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예컨대 국민은행의 ‘KB 내 맘대로 적금’은 소비자가 직접 저축 방법과 저축 금액, 계약 기간, 우대금리, 부가 서비스 등을 선택해 최대 연 2.7%의 금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10만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한 시중은행 개인영업 담당 부장은 “올초에 발생한 동시다발적인 글로벌 증시 폭락과 대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투자자들의 보수 성향이 더 강해졌다”며 “지난해 재테크 시장을 휩쓴 중위험·중수익 금융상품들조차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면서 오히려 전통적인 저축 상품 매력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폭발적인 가입자 수 증가세를 나타내진 않았지만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도 투자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지난 2월 판매를 시작해 내년 말까지만 가입할 수 있는 한시 상품이다. 2007년 출시돼 3년간 판매된 이후 7년 만에 부활했다. 새로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뒤 매매와 환율 차이를 합해 1000만원 수익을 냈다면, 이전에는 세금으로 154만원을 내야 했지만 이제는 고스란히 추가 수익으로 챙길 수 있다.
올 상반기 히트 상품을 논할 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빠트릴 수 없다. 지난 3월 ‘국민 재산 늘리기’를 내세워 새롭게 선보인 ISA는 ‘재테크 만능 통장’으로 불리며 빠르게 가입자 수를 늘렸다. 예·적금과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업권을 넘나드는 다양한 상품을 한 계좌에 모은 데다 수익에 대해 일정 부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저금리 시대의 투자 대안으로 각광받았다. 아직 예치금 1만원 이하의 소액 계좌가 많지만 이달 증권사부터 다음달 은행까지 순차적으로 수수료와 수익률 비교 공시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면 예치금이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전망이다.‘금융의 알파고’로 불리는 로보어드바이저도 올 상반기에 새롭게 떠오른 재테크 강자다.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는 로봇을 뜻하는 로보(robo)와 조언자를 의미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다. 사람이 아닌 컴퓨터가 자산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정교하게 짜인 알고리즘이 시장 상황을 스스로 분석해 자동으로 투자 종목이나 금융 상품을 선정하고, 자금을 운용하는 식이다. 우리은행이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모바일 전문은행 위비뱅크를 통해 제공하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로보어드-알파’는 출시된 지 두 달 만에 가입자 수가 5만명을 넘어섰다.

연 10%대 수익률을 올린다는 개인 간(P2P) 대출 시장도 신흥 재테크 투자처로 떠올랐다. 자영업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일반 대출부터 귀금속 등을 담보로 하는 대출 형태까지 핀테크(금융+기술) 기술이 접목된 P2P 대출 투자에 30~40대 직장인부터 자산가까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