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수·점유율 공개…투명해지는 공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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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물살 타는 공연예술전산통합망 구축직장인 김모씨(32·여)는 친구들과 함께 뮤지컬을 관람하려고 가장 인기 있는 공연을 인터넷에서 찾아봤다. 하지만 곧 혼란에 빠졌다. 예매정보 사이트별로 순위가 제각각이어서였다. 공연 통계를 한곳에 모아놓았다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하 공연통전망)에 들어갔더니 ‘마법에 걸린 일곱난쟁이’가 최근 한 달간 1위로 나왔다. 같은 기간 인터파크에선 뮤지컬 ‘마타하리’, 예스24에선 뮤지컬 ‘쓰릴 미’가 선두였다.
공연예매시장 70% 점유한 인터파크 동참하기로
이르면 연말부터 시행…공연산업 발전 큰 도움
이르면 연말부터 관객들은 이런 혼란을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된다. 국내 공연입장권 예매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인터파크 등 민간 예매사이트가 연내 공연통전망에 참가하고, 유료 관객 수와 매출 등에 대한 공연 기획·제작사의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는 공연법 개정안이 오는 10월께 발의된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마구잡이식 정보로 혼선을 빚은 공연 통계가 하나로 통합돼 순위와 관객 수 등을 영화처럼 정확하고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영화처럼 낱낱이 공개되는 공연 정보
공연통전망은 시장 현황을 실시간으로 한눈에 볼 수 있는 통합 수치를 공개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출범했다. 하지만 인터파크를 비롯한 민간업체들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유명무실해졌다. 19개 국·공립 공연시설의 정보만 노출돼 전체 시장의 10%만을 보여주고 있다.공연통전망 홈페이지에 들어가 특정 공연을 검색하면 인터파크 등 민간 업체를 통해 판매된 좌석 수는 전혀 표시되지 않는다. 다른 국공립 시설을 통해 예매된 좌석 수만 나온다. 개막 편수 등도 실제와 크게 차이가 난다. 어린이날 공휴일이었던 지난 5일 하루 전국에서 무대에 오른 개막편수는 총 10편으로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 이날 개막한 작품은 총 70편에 달했다.
이런 현상은 2004년 구축된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통합전산망이 시장 전체를 반영하는 것과 크게 차이가 난다. 영화는 작품별로 순위, 관객 수는 물론 매출, 전날 대비 매출 증감률, 점유율 등을 낱낱이 공개하고 있다. 처음엔 업계 관계자들의 반발이 컸다. 하지만 끊임없는 협의를 거쳐 투명하게 정보가 공개됐다. 이는 국내 영화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4년 1조원에 못 미쳤던 국내 영화산업 매출은 지난해 2조1131억원으로 늘어났다.
미국에서도 공연정보는 전면 공개되고 있다. 미국 브로드웨이연맹이 운영하는 IBDB(Internet Broadway Database)는 공연정보, 관객 수, 매출 등을 제공하고 있다. 김현진 예술경영지원센터 예술정보팀장은 “각종 통계분석 자료가 공개되고 있으며 브로드웨이 공연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이 같은 시스템이 구축되면 공연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공연 정보 공개 논의 급물살
지난 1년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인 공연정보 공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업계 1위 공연 예매 대행사인 인터파크는 공연통전망에 참여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인터파크가 제기한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도 보인다. 인터파크는 “각 기획·제작사가 데이터의 주인이기 때문에 이들의 동의 없이는 공개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고수해 왔다.
문체부의 공연법 개정안 발의가 결정적인 계기가 될 전망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그동안 법적 근거가 없어서 정보 공개를 요구할 수 없었지만, 이를 의무화하면 기획·제작사에 일일이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또 예매 대행사를 공연 매출과 관객 수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최종 의무자로 규정해 저작권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방침이다.다른 예매 대행사도 참여 의사를 적극 밝히고 있다. 예스24, 클립서비스, NHN티켓링크, 옥션 G마켓, 하나프리티켓 등 5개 업체가 지난달 ‘문화공연티켓 유통산업협회’를 설립해 공연통전망 재정비에 힘을 싣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김 팀장은 “공연 분야 기획·제작사의 연간 총수입인 8524억원 중 공공지원금이 절반인 4336억원에 달한다”며 “이처럼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보 공개에 저항감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