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화 WTO위원 연임 무산 위기

미국 '나홀로' 반대의사 표명
정부 "독립성 훼손" 반발
한국인 최초의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위원인 장승화 서울대 법대 교수의 연임이 미국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미국의 반대가 상소기구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며 WTO에 항의했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주 WTO 회원국에 장 교수 연임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달했다. 장 교수 임기는 이날 끝났다. WTO의 통상분쟁 조정은 일종의 2심제로 운영된다. 분쟁해결기구(DSB)를 통한 조정이 1심, 상소기구를 통한 조정이 2심에 해당한다. 상소기구 위원은 일곱 명이며 임기 4년에 한 번 연임할 수 있다. 연임하려면 모든 WTO 분쟁해결기구 회원국 동의가 필요해 미국이 반대하면 장 교수 연임은 불가능하다.미국이 반대하는 이유는 장 교수가 참여한 네 건의 결정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세 건은 미국과 관련된 사안으로 모두 미국에 불리한 결정이 나왔다.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미국의 반(反)덤핑 제소가 논의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유럽연합(EU) 브라질 일본 등은 “상소기구 위원이 연임하는 것은 관례였기 때문에 미국이 반대하는 것은 WTO의 시스템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 정부도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의 반대는 WTO 상소기구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논리를 WTO 회원국들에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