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수출파워 세계를 연다] 모델료 대신 '수익 공유' 스타 마케팅…해외서 대박 낸 중소기업들

중기 마케팅의 진화

중기, 유명 연예인과 손잡고 제품 판매 수익 나눠
영화·드라마 PPL도 활기
비커즈 의류모델 나나
지난달 12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 공업전람관은 중소기업 관계자와 일반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유명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의 머리 스타일 체험행사, 스타가 착용한 중소기업의 액세서리를 소개하는 부스 앞은 특히 혼잡했다. 배우 하지원의 팬사인회와 아이돌그룹 위너의 공연이 열리자 사람이 더 몰려들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5월 12~21일 선양 충칭 시안 등 중국 3개 도시에서 연 한류상품박람회 풍경이다. 일반 관람객 13만8000여명이 다녀간 이 박람회에서 한국 기업들이 현지 업체와 체결한 계약 규모는 약 1700억원. 한류상품박람회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스타 만난 중소기업 ‘매출 쑥쑥’한류 스타를 기용한 마케팅으로 중국·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내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화장품 등 K뷰티 중소기업이 한류 마케팅을 이용하는 대표주자다. 광고 모델로 기용한 스타가 출연한 드라마 등이 유행하면 해외시장이 즉각적으로 반응해서다.

기능성 화장품 업체 고운세상코스메틱은 2014년부터 닥터지(Dr.G) 브랜드 모델로 배우 김지원을 기용했다. 김지원은 지난 4월 종영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군의관 윤명주 역을 맡았다. ‘김지원 선크림’으로 홍보한 이 제품의 3~4월 국내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배 이상 뛰었다.

중소기업 제품력에 한류 스타의 이미지를 더해 중국 ‘여심’을 잡은 기업도 있다. 지난해 9월 한류 스타 김수현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 압력밥솥 회사 쿠쿠는 “지난해에만 약 30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433억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착즙기가 대표 상품인 중소기업 휴롬은 드라마 ‘대장금’으로 유명한 배우 이영애를 광고 모델로 내세웠다. 휴롬의 제품은 중국산 녹즙기보다 5배 이상 비싸지만 중국에서 지난해 60만대 이상 팔렸다. 이형석 휴롬 중국판매유통 사장은 “중국 대도시 중산층 기혼 여성의 한류 호감도가 높은 것을 알고 마케팅한 것이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로열티 방식 수익 공유로 ‘윈윈’

몇 년 전만 해도 중소기업 광고에서는 정상급 스타의 모습을 찾기 힘들었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로열티’ 방식의 수익 공유를 통해 ‘윈윈 계약’을 할 수 있어서다. 거액의 광고 모델료를 내기 힘든 중소기업이 계약금 일부만 지급하고, 제품 판매 수익을 나눠 갖는 구조다.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새로운 매체 플랫폼의 유행도 중소기업에는 희소식이다. 큰돈을 들여 거창한 광고를 내지 않아도 스타 마케팅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공유 사이트 인스타그램이 대표적이다. 연예인이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촬영해 올리면 수많은 국내외 구독자에게 노출된다.

의류업체 H&J는 지난해 걸그룹 애프터스쿨 출신 한류 스타 나나를 브랜드 ‘비커즈’의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모델로 활동 중인 나나가 지난해 말 광고촬영 현장에서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은 ‘좋아요’ 5만9400여개를 받고, 댓글은 300개 가까이 달렸다. 해외 팬들은 SNS를 통해 각국 언어로 내용과 사진을 공유했다. 입소문 덕분에 비커즈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만 100억원대 매출을 올렸고, 중국과 동남아 등에서 30억원 규모 수출 계약을 논의 중이다.

○영화·드라마에 중소기업 간접광고 활기
채리어트가 트레이닝복을 간접 광고한 드라마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대기업 위주이던 간접광고(PPL) 시장에도 중소기업 진출이 활발해졌다. 드라마나 영화를 이용하면 제품에 이야기를 담아 홍보하는 장점이 있다. 스타와 중소기업 간 협업을 주선하는 비즈니스 매칭 플랫폼도 등장했다. 드라마 제작사와 중소기업을 이어주는 스타콜라보는 다음달 방영을 목표로 사전제작 중인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에 의류 브랜드 채리어트와 트레이닝복 협찬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아이돌그룹 2PM 출신 옥택연을 모델로 기용해 약 110억원의 매출을 낸 채리어트는 “드라마 PPL을 통해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100억여원의 추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정부도 중소기업 지원에 나선다. 산업부는 지난달 17일 간접광고 태스크포스를 꾸려 중소 소비재기업의 해외 마케팅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KOTRA는 한류마케팅지원팀을 신설해 드라마와 영화 외에 공연, 예능, 스포츠 등에서 다양한 간접광고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