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대선 초박빙…기선 잡은 전 총리 쿠친스키

개표율 93%…발표 늦어질 듯
2위 후지모리와 0.6%P차 접전
< 누가 웃을까 > 페루에서 5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가 치러졌다.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출신이며 2005년 총리를 지낸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변화를 위한 페루인 당’ 후보(77·오른쪽)와 ‘독재자’로 불리는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 게이코 후지모리 민중권력당 후보(41·왼쪽)는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리마AFP연합뉴스
페루에서 5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가 개표 막판까지 초박빙의 접전을 펼쳤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개표율 93% 기준(한국시간 7일 오전 1시) 50.3% 득표율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는 쪽은 ‘변화를 위한 페루의 당’ 후보인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77)다. 그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60년대 중반 페르난도 벨라운데 테리 대통령 경제자문으로 정계에 입문했으나 1968년 좌파 군인들이 쿠데타에 성공하자 미국으로 건너가 금융회사 등에서 일했다. 벨라운데 대통령 재집권(1985년) 후 돌아와 2005년 총리로 임명되는 등 다수의 정부 관직을 맡았다. 세계은행에서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하기도 했다. 기본적으론 우파로 분류되지만 좌파 정치세력의 지지도 받고 있다.득표율 49.7%로 쿠친스키 후보에게 밀리고 있는 게이코 후지모리 민중권력당 후보(41)는 ‘독재자’라는 평판을 갖고 있는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이다. 1990~2000년 집권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인권 유린 등의 혐의로 25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있다. 후지모리 후보는 아버지 후광을 업고 2006년 총선에서 이겨 정치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아버지 재임기간 경제가 안정된 점을 부각하고 페루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두 달 전만 해도 후지모리 후보가 확실한 우위에 있었다. 지난 4월10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후지모리 후보의 득표율은 39.86%로 1위였다. 10명의 후보가 참여한 이 투표에서 쿠친스키 후보 득표율은 21.05%에 그쳤다. 과반 득표자가 없어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는데 그 사이 좌파로 분류되는 3위 베로니카 멘도사 후보가 쿠친스키 지지 선언을 했다. 후지모리 후보의 측근인 호아킨 라미레스 민중권력당 사무총장이 마약범죄와 관련된 돈세탁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게 알려진 것도 민심을 바꿨다. 후지모리 후보는 2011년 대선에서도 1차 투표에서 1등한 다음 결선 투표에서 오얀타 우말라 후보(현 대통령)에게 졌다.

그러나 아직 상황이 완전히 종료된 것은 아니다. 페루 내륙지방의 개표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는데 후지모리 후보는 이 지역에서 더 높은 지지를 받고 있어서다. 해외 부재자 투표 집계에도 많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주요 외신들은 쿠친스키가 힘겹게 이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뒤바뀔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