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작 논란에 칼 빼든 정부…미술시장 투명화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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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책 나오나정부가 미술계에 위작 논란이 끊이지 않자 규제의 ‘칼날’을 빼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8월까지 미술품 유통업 허가제, 거래 이력제 등 미술품 유통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미술계의 오랜 병폐인 위작 유통 문제를 근절하면서 시장도 살리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미술계 일각에선 2013년 이우환 위작 논란이 불거진 이후 3년 넘게 뒷짐을 지고 있던 정부가 ‘신뢰도 위기’가 미술계 전반으로 확산되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9일 토론회에서 의견 수렴
미술계 "시장 위축 우려"
일부선 '뒷북 대책' 비판
◆음성거래 원천 봉쇄문체부는 미술품 유통시장 투명화와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대책을 세우고 있다. 거래 이력제 도입을 통해 미술품의 음성적인 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미술품 거래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거래 당사자는 물론 날짜와 장소, 가격 등을 구체적으로 명기하도록 할 예정이다. 미술품 유통의 중요한 한 축인 감정에 대해서도 공인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또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해 미술품 거래에 대한 세제 혜택, 저리 및 무이자 대출 방안과 더불어 미술품 대여·공유시스템 도입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체부는 이를 위해 9일 오후 2시 서울 대학로 이음센터에서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어 미술계의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뒷북 논란’에 대해 “미술계의 자체적 해결을 위해 미술시장 개입을 자제한 것”이라며 “위작 문제가 어제오늘의 얘기도 아니고 미술시장에 계속 악영향을 미쳐 정부가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규제” 미술계 반발미술계는 미술품 유통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유통업 허가제, 등록·거래 이력제 도입에 대해선 자유시장 원리 및 화가들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규제가 오히려 미술시장 경쟁력에 타격을 미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유통업 허가제와 미술품 등록·거래 이력제는 미술시장 활성화에 역행하는 규제 장치라는 점에서 화랑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미술품 등록·거래 이력제가 도입되면 화랑은 거래 대상 미술품을 모두 등록해야 하고, 거래 내역을 기록해야 해 작품 구입자의 신분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따라서 미술애호가들이 급격히 이탈해 미술시장의 불황이 심화할 수 있다고 화랑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서울 인사동에 있는 한 화랑 대표는 “2010년 미술품 양도세 부과 이후 ‘큰손’의 미술품 구입이 뚝 끊긴 상황에서 미술시장이 또 다른 ‘악재’에 몸살을 앓을 수 있다”며 “신분 노출을 꺼리는 컬렉터들이 작품 구입을 아예 포기할까봐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하지만 문체부 측은 “미술품 등록 없이 화랑에서 미술품을 개별 관리하고 있는 게 현재의 실정인데 계약서 없이 작품 거래가 이뤄지는 점도 위작 발생의 한 원인”이라며 “유통업 허가제와 미술품 등록·거래 이력제는 음성적인 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경갑 기자 kkk10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