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절벽'에 우는 울산 동구 유통가…현대백화점 월매출 40년 만에 두자릿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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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외환위기 때도 불황을 겪지 않았던 울산 동구 지역경제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조선경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인력 감축 등의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침체의 늪은 더 깊어지고 있다.
인근 식당·전통시장 '썰렁'
아파트값도 최대 10% 하락
현대중공업 노조는 희망퇴직 신청자가 1200여명으로 집계됐다고 7일 발표했다. 1200여명 가운데 생산직은 151명이고, 나머지는 사무직 과장급이다. 희망퇴직에 생산직 근로자가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구에는 현대중공업 그룹사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있다. 현대중공업 2만7000여명과 300여개 사내협력사 3만2000여명, 현대미포조선 3600여명과 70여개 사내협력사 6800여명 등 조선소 근로자만 7만여명에 이른다. 동구 인구가 17만5000여명인 것을 고려하면 조선업이 동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근로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동구 소비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현대백화점 울산동구점에 따르면 올해 1~5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줄었다. 5월 매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12% 감소했다. 백화점 월간 매출이 10% 이상 줄어든 것은 1976년 개점 이래 처음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동구지역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 인근 부동산중개소마다 원룸·주택 ‘급매’ 전단이 빼곡히 붙어 있는 등 부동산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방어동 원룸 월 임대료는 지난해보다 10만원 정도 떨어졌다. 지난해 보증금 500만원에 월 45만~50만원에서 최근에는 300만원에 38만~40만원으로 내렸다.동구지역엔 3000여가구의 원룸이 있다. 동구 전체 원룸의 공실률은 15~20%에 이른다. 조선소 근로자가 많은 방어동은 30%가 넘는 공실률을 보이고 있다. 땅값 상승폭은 다른 지역보다 낮고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 전체의 올 1분기 평균지가는 직전 분기보다 0.63% 상승해 전국 평균 상승률인 0.56%를 웃돌았다. 동구는 0.15% 오르는 데 그쳐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화정동의 한 아파트(전용면적 84.9㎡)는 올 1월 3억3889만원에서 3월엔 2억9160만원에 거래돼 14%가량 떨어졌다.
송유조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울산동구지회장은 “1년 전과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5~10% 떨어졌다”며 “동구 부동산시장은 현대중공업과 관련이 있는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가 이뤄져 여파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이 이달부터 평일 잔업과 휴일 특근을 폐지한 데 이어 7월부터는 평일 고정 연장근무도 없애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영도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은 “현대중공업의 경영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동구 지역경제가 파탄날 것”이라며 “노사는 물론 울산시민 모두가 힘을 모아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