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세금·고급 인력…글로벌 바이오사 몰리는 싱가포르·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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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바이오클러스터 전쟁말레이시아와 인접한 싱가포르 투아스 지역은 출퇴근 시간에 교통 체증으로 몸살을 앓는다. 말레이시아에서 일하러 온 근로자 통근버스가 한꺼번에 몰려서다. 투아스에는 노바티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글로벌 제약사의 생산 공장이 입주해있다. 지난달 현지에서 만난 한 근로자는 “싱가포르 인력으로는 부족해 인근 말레이시아 근로자까지 투아스로 몰리고 있다”며 “임금이 높은 고급 일자리가 많다”고 말했다.
(3·끝) 싱가포르·아일랜드
글로벌 100개사 둥지 튼 싱가포르
첨단기업 최대 15년 법인세 면제…생명공학 전공자 전원 국비 유학
바이오산업으로 부활하는 아일랜드
법인세 세계 최저, 공제혜택 다양…국립 교육기관 세워 인재 육성

생산과 연구중심으로 두 개의 바이오 단지를 조성한 정책도 주효했다. 투아스는 생산설비 중심의 바이오 클러스터다. 투아스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능력은 2013년까지 18만L 규모로 아시아 최대 수준이었다. 로슈, 론자 등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기업(CMO)이 설비를 공격적으로 지었기 때문이다.
투아스에서 차로 20분 떨어진 바이오폴리스는 연구개발(R&D) 센터가 몰려있는 바이오 클러스터다. 일라이릴리 등 다국적 제약사가 이곳에 R&D 센터를 세웠다. 한 해 배출되는 생명공학 전공자는 6000여명에 그치지만 싱가포르 정부는 이들 모두를 국비로 해외 제약사에 교육시킨다.‘켈틱 타이거’ 명성 되찾은 아일랜드
싱가포르처럼 글로벌 바이오기업이 몰리는 또 하나의 나라가 있다. 바이오산업을 통해 ‘켈틱 타이거’의 명성을 되찾고 있는 아일랜드다. 아일랜드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유럽의 정보기술(IT) 강국으로 꼽혔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아일랜드 경제성장률은 연 -6.4%까지 떨어졌다. 회복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던 아일랜드 경제는 불과 5년 만에 연평균 성장률 5%를 회복했다. 몰려드는 글로벌 바이오기업들 덕분이다. 아일랜드는 더블린과 코크에 두 개의 바이오 클러스터를 운영하고 있다. 각각 지원·영업과 제조로 특화돼 있다.아일랜드의 매력은 낮은 세율이다. 법인세율은 12.5%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특허 소득에 대해서는 법인세율을 6.25%로 낮췄다. R&D 비용은 최대 37.5%까지 세금을 감면해준다. 특허 매입 시 인지세 면제 등 아일랜드에 생산설비나 R&D센터를 세운 기업에 다양한 세액 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2011년에는 예산 740억원을 투입해 국립 바이오프로세싱 연구·교육기관(NIBRT)을 세워 매년 4500여명(2015년 기준)의 고급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화이자, 로슈, 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 75개를 유치했다.
인프라 못 따라가는 한국 바이오정책
한국은 바이오 클러스터에 필요한 3박자 가운데 인프라와 연구인력은 갖췄지만 조세 혜택 등 글로벌 기업을 유인할 정책은 부족하다.송도의 바이오 생산능력은 연 36만L로 아시아 최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추가 증설이 완료되는 2020년께는 연 60만L 규모로 세계 단일 바이오단지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하게 된다.
국내에선 연간 5만2000명의 생명공학 관련 전공자와 의사 3500여명이 배출되는 등 인적 자원도 풍부하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법인세율을 낮춰 글로벌 제약사를 유치하고 바이오 기술 전문교육기관을 설립해야 국내에도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싱가포르=조미현/김형호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