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골프 전설들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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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 커리어그랜드슬램, 신지애 한국인 최다승, 박인비 메이저 4연패올림픽 열기가 거리를 달구던 1988년 3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의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32세이던 구옥희(2013년 타계)가 한국인 최초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스탠더드레지스터)를 제패한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금세 잊혀졌다. 올림픽이 국민 대다수의 머릿속을 지배하던 때였다. 28년이 지난 2016년. 한국 골프사를 장식할 또 다른 사건이 완성될 참이다. ‘골프 여제’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10일 LPGA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다. 구옥희가 두드리고,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가 열어젖혔으며, 신지애(28·스리본드)가 바통을 넘겨 완성한 K골프의 ‘위대한 계보’다. 박인비는 그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우상 넘어선 ‘세리 키즈’8일 LPGA사무국에 따르면 박인비는 10일 KPMG위민스PGA챔피언십 1라운드가 끝난 뒤 대회장에서 공식 입회식을 한다. 한국인으로는 2007년 박세리에 이어 두 번째다. LPGA 명예의 전당은 좀처럼 문을 열지 않는 ‘바늘구멍’으로 통한다. 1950년 LPGA 창설 이후 지금까지 헌액된 이가 박세리까지 24명에 불과하다. 27년10개월28일의 나이로 명예의 전당에 가입하는 박인비는 박세리가 들고 있던 최연소(29년8개월10일) 기록도 갈아치운다.
박인비 KPMG 챔피언십 출전…10일 LPGA '명예의전당' 입회
박세리 '올해 은퇴' 번복 고민…신지애 한·미·일 상금왕도 도전
박인비는 그에게 ‘골퍼’의 꿈을 심어준 우상 박세리를 뛰어넘었다. 통산 17승 중 메이저대회가 7승이다. ‘메이저 퀸’이란 별칭이 붙은 것도 그래서다. 박세리는 25승 중 다섯 번 메이저를 제패했다.
박세리가 이루지 못한 커리어 그랜드슬램(생애 통산 4대 메이저 우승)의 퍼즐도 지난해 맞췄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박인비 이전에 6명밖에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박인비는 또 박세리가 달성하지 못한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을 차지했다.○박세리의 ‘마지막 꿈’
박인비의 도전은 그러나 현재진행형이다. 단일 메이저대회 4년 연속 제패가 첫 번째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KPMG위민스PGA챔피언십을 제패한 만큼 올해 대회까지 우승하면 사상 첫 대기록이 완성된다. 메이저대회 3연패 기록은 1939년 페티 버그, 2005년 안니카 소렌스탐이 달성했다. 4연패는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이다.
오는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골프 금메달도 포기할 수 없는 마지막 목표다. 실현하면 사상 최초로 ‘슈퍼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작성한다.박세리도 끝내 포기하지 못한 꿈을 품고 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으로 가는 마지막 퍼즐, ANA인스퍼레이션(옛 나비스코챔피언십) 대회 우승컵이다. 올해 은퇴를 선언한 그가 “기회가 된다면 이 대회만큼은 출전하고 싶다”며 은퇴 번복을 고민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한·미·일 상금왕 노리는 ‘파이널 퀸’
신지애도 새로운 역사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인 최다승 기록 경신이다. 지난달 15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호켄노마도구치레이디스컵 우승으로 국내외 투어 통산 최다승 타이기록(44승)을 세운 그다. 9일 개막하는 산토리레이디스오픈을 제패하면 새로운 역사가 완성된다. 종전 기록은 구옥희가 보유하고 있다.JLPGA 상금 1위(5755만5000엔·약 6억2200만원)를 달리고 있는 그의 또 다른 꿈은 한·미·일 3개국 상금왕이다. 한국(2006~2008년)과 미국(2009년)에선 상금왕을 차지했다. 신지애는 “올해 목표는 한·미·일 상금왕의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