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압수수색] 검찰 "롯데 계열사 간 수상한 거래…올해 초부터 내사했다"

전방위 수사 최종 타깃은

핵심 임원 출국금지…횡령·배임 입증에 주력
제2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은 일단 수사 배제
"단서 나오면 들여다보겠다" 불똥 튈 가능성도
< 압수물 차에 싣는 검찰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속 직원들이 10일 밤 서울 양평동 롯데홈쇼핑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관련 물품을 차에 싣고있다. 검찰은 이날 검사와 수사관 200여명을 투입해 롯데그룹 본사와 계열사, 임원 자택 등 17곳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검찰이 10일 롯데그룹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칼끝’이 어디를 겨누고 있는지 법조계와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 대해 “비자금 조성에 따른 (롯데그룹 내부의) 횡령 및 배임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올초부터 롯데 첩보를 입수하고 장기간 내사를 해왔다”며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와 관련해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자 롯데그룹이 관련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급히 수사에 나섰다”고 설명했다.검찰은 지난해 신동빈 롯데 회장이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내부 비리 정보를 상당수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권 분쟁으로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롯데그룹의 지배구조가 드러난 데다 신 전 부회장이 소송 과정에서 확보한 롯데쇼핑 회계자료 등이 검찰 수사에 활용됐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과 횡령·배임 등 ‘기업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계좌 추적을 통해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등 계열사 간 수상한 거래를 포착하고 이 같은 자금 흐름이 비자금 조성과 관련 있다는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계열사 간 거래를 하면서 자산 가격을 과다계상하는 방법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빼돌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그룹 2인자로 통하는 이인원 롯데쇼핑 정책본부장(부회장)과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등 핵심 임원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검찰의 칼끝이 총수 일가를 향하고 있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총수 일가의 관여 없이 계열사 간 거래로 비자금이 조성됐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집무실과 신동빈 회장 자택 및 집무실을 포함시켰다.

일본으로의 ‘국부 유출’ 논란을 들여다볼 가능성도 있다. 롯데그룹은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 배당의 99.28%가 일본으로 흘러들어가는 구조다. 검찰 관계자는 “(일본 롯데와 연결된) 지배구조 자체는 수사 과정에서 부수적인 부분”이라면서도 “횡령·배임 등 범죄 혐의와 관련한 부분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검찰은 제2롯데월드 인허가와 관련한 수사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제2롯데월드를 운영하는 롯데물산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제외됐고, 관련 수사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검찰이 비자금 조성을 확인한 뒤 사용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잠실 제2롯데월드 로비와 관련된 이명박 정부의 정·관계 핵심 인사를 겨냥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단서가 나오면 제2롯데월드 관련 내용도 들여다볼 것”이라고 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기업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최대한 정상적인 경영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