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빛공해' 세계 최악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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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조명·공장 불빛에 가려한국이 G20 국가 중 가장 심각한 빛공해(light pollution)를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민 90% 밤하늘 은하수 못 봐
"수면장애로 질병 노출 우려"
이탈리아와 독일, 미국, 이스라엘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지구관측 위성이 밤 동안 촬영한 지구사진을 토대로 전 세계의 빛공해 실태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지난 10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한 빛공해 지도는 가장 광범위하고 정밀한 실태를 담고 있다.
빛공해란 지나치게 강한 빛을 발하는 상업시설 조명과 옥외 조명이 수면을 방해하거나 보행자의 눈부심을 일으키는 등 생활에 불편을 주는 현상이다. 도시 지역의 인공조명 때문에 빛이 산란하면서 밤하늘이 밝아지며 별이 보이지 않는 ‘스카이 글로(sky glow)’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연구진은 세계적으로 도시화·산업화가 이뤄지면서 떠오른 빛공해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밤 동안 켜놓은 조명 세기를 위성에서 관측했다. 인공조명이 없는 컴컴한 지역부터 밤하늘 일부만 볼 수 있는 지역, 눈이 부셔 밤하늘을 아예 볼 수 없는 지역까지 모두 6단계로 구분했다.
이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전 세계 인구 80%는 인공조명에 가려 깨끗한 밤하늘을 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인구 3명 중 1명꼴로 빛공해로 1년 내내 별의 무리인 은하수를 볼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한국은 특히 상황이 심각해 G20 국가 중 최악의 빛공해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에서 빛공해에 노출된 인구 비율은 G20 국가 중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고, 전 국토에서 빛공해 지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한국 국민의 89.4%는 도심 조명과 공장 불빛 때문에 1년 내내 밤에 은하수를 볼 수 없고 나머지 10.6%도 깨끗한 밤하늘을 보지 못했다. 국토 89.4%가 빛공해에 시달리고 있어 면적만으로 따져도 이탈리아(90.3%) 다음으로 심각한 수준이다.한국보다 산업화와 도시화를 먼저 이룬 미국과 유럽연합(EU)도 국민 99%가 일상적인 빛공해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민의 80%가, EU는 국민 60%가 밤하늘 은하수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보다 국토가 넓어 맨눈으로 별을 보는 지역이 훨씬 많고 유럽 역시 인공조명 빛 세기가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G20을 포함해 세계에서 빛공해가 가장 심각한 나라는 싱가포르였다. 싱가포르는 국민 전체가 인공조명 때문에 별을 보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몰타 등도 대다수 국민이 인공조명 때문에 별을 보지 못했다. 이들 나라는 대부분 인구가 좁은 지역에 밀집해 있고 도시화가 심한 나라들로 분석됐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