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에 강한 신문 한경 JOB] "출장도 휴가 때도 해외여행 마음껏…여행사 직원의 특권이죠"

'하나투어 여행박람회'서 만난 여행상품 기획자 2인
하나투어의 여행상품 기획·개발자인 전명현(왼쪽)·김소진 씨가 지난 11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하나투어 여행박람회’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하나투어 제공
시간이 있을 땐 돈이 없고, 돈이 있으면 시간이 부족해 못하는 일이 있다. 여행이다. 누구나 돈과 시간 두 가지 모두 갖기를 원하지만 이런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회사의 지원을 받아 마음껏 여행을 떠나는 게 주요 업무인 직업이 있다. 여행업이다. 하나투어에서 여행상품을 기획 관리하는 전명현 씨(28·동원대 관광학과 졸업)는 “대만 여행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작년에만 네 차례 대만을 다녀왔다”며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여행사 입사는 결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하나투어 입사 5년차인 MD(여행상품 기획)마케터 김소진 씨(29·중앙대 국어국문학과 졸업)는 “입사 후 줄곧 동남아 지역을 맡으면서 여행상품으로 나온 곳은 안 가본 데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하나투어 입사 후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대만 등 동남아 유명 여행지를 빠짐없이 다녀왔다.

지난 1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하나투어 여행박람회’에서 이들을 만났다. 하나투어는 작년부터 상반기 인턴, 하반기 공채를 통해 신입직원을 뽑고 있다. 채용분야는 영업기획, 상품기획·개발, 경영기획, 정보기술(IT) 개발 등이다. 하나투어는 작년 상·하반기에 100명의 직원을 새로 뽑은 것으로 알려졌다.주말, 새벽에도 긴장 늦출 수 없어

전씨는 자신을 ‘여행상품 수배자’라고 소개했다. 호텔, 항공편, 식사 장소, 관광지 물색 등을 통해 여행상품을 기획 개발하는 일뿐 아니라 출발 전 고객상담, 여행지에서의 안전관리와 사후 고객관리까지 책임져야 한다.

여행상품 수배자는 휴일과 주말에도 항상 ‘대기조’다. 전씨는 “협력사의 카카오톡 메시지나 모르는 국제전화가 오면 긴장부터 하게 된다”고 말했다.해외여행지에서 고객이 사고를 당하는 일이라도 생기면 그는 한밤중에도 현지 여행사 직원과 수시로 국제전화를 하면서 밤을 새우기 일쑤다. 이런 이유로 하나투어는 여행상품 수배자를 채용할 때 해외 현지 체류 경험 또는 현지 전문지식이 많은 사람을 우대하고 있다.

최근엔 여행객들이 같은 지역을 서너 번씩 방문하면서 잘 알려진 관광지를 벗어나 나만의 비경과 경험을 찾아 블로그에 올리는 게 트렌드다. 하나투어는 고객과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종교, 역사, 미술, 음악 등 인문학적 지식을 갖췄거나 레포츠를 전공한 사람을 채용 때 우대하고 있다.

영어는 기본, 제2외국어 잘하면 가점여행상품 수배자들이 상품을 개발하면 그 이후엔 김씨 같은 MD마케터들이 브로슈어를 제작·배포하고, 홈쇼핑 온·오프라인 등에 노출해 개발한 상품을 고객에게 알린다. 최적의 여행상품 스케줄을 짜고 현지 여행사와의 조율을 통해 상품가격을 책정하는 것도 MD마케터 몫이다.

여행상품의 흥미를 끌 수 있는 홍보 문구와 디자인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김씨는 “TV 광고 속 유행어와 인기있는 예능 프로그램 등을 보면서 홍보에 활용할 문구가 없을지 살피는 것도 MD마케터의 주된 업무”라고 소개했다.

여행사 직원이 되고 싶다면 기본적으로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김씨는 “호텔 예약, 관광지 물색 등을 능숙하게 할 수 있도록 특정 지역 언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필요가 있다”며 “기본적으로 영어를 잘하면 해외여행 출장뿐 아니라 국제 여행박람회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나투어는 신입사원 채용 면접 때 영어면접을 별도로 본다. 제2외국어를 잘하면 가점을 준다. 작년엔 중국, 러시아, 베트남어 등에 능통한 사람을 우대했다.

김씨는 여행상품은 혼자서 만들 수 없는 만큼 평소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기를 것을 당부했다. “다양한 고객을 만나야 하고, 그들의 불평불만을 듣고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현지 여행사, 항공사 직원과도 소통해야 하죠. 여행객 숫자와 안전 확인 등 꼼꼼한 업무 처리도 필요합니다.”

휴가 땐 반드시 해외여행

여행사 직원이 누릴 수 있는 최대 복지는 회사 눈치 보지 않고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점이다. 휴가 때도 해외여행을 장려하는 문화다. 전씨는 “회사에서 직원이 해외여행을 갈 때는 원가로 저렴하게 갈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며 “항공권도 정상가의 9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모 등 직계가족에게까지 이런 혜택이 제공된다. 성수기를 제외하고는 언제든지 연월차를 활용해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다. 김씨는 “입사 후 지금까지 매년 연월차를 소진했다”고 말했다.

해외 단체관광객을 위한 인솔자 출장도 있다. 기본적으로 연 2회 이상 인솔자 출장이 주어진다. 신상품 기획자는 해당 지역을 수차례 방문할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여행사 직원으로서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기획한 상품을 판매해야 하는 영업 압박은 있다. 김씨는 “기획된 여행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팀별 판매 목표가 매달 주어진다”고 설명했다.임금은 대기업에 비해 조금 낮은 편이다. 4년제 대졸 초임은 2000만원대 초반으로 성과급과 수당을 포함하면 연간 2500만~2800만원 정도를 받는다. 전씨는 “임금도 높고 여행도 자유롭게 다니는 직장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며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