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밀레니엄 포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강남 재건축 과열 징후…부동산시장 모니터링 단계 격상하겠다"

부동산 시장은 어디로 …
고령화 등 영향 크겠지만 집값 폭락했던 일본과 다르다

민간 임대주택 늘린다
뉴 스테이는 반짝 정책 아냐…시장 변화 맞춰 내놓은 것

소형 화물차 규제 완화
물류회사, 택배 물량 연 12% 느는데 차량 못늘려 한숨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 이상만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강 장관,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 유병규 산업연구원장.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16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은 당초 예정(오전 7시)보다 20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기조강연을 맡은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의 ‘피치 못할 지각’ 때문이었다. 그는 동남아시아에서 3박5일간 해외건설 수주 활동을 펼치고 이날 오전 6시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포럼 행사장으로 직행했다.

강 장관은 여독이 채 풀리지 않았는데도 부동산시장, 해외건설·토목, 교통·물류 선진화 등 여러 현안에 대해 기탄없는 의견을 밝혔다. 부동산시장 과열 및 공급과잉 등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 집중 점검을 통해 필요한 선제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안전사고 등에 대해서는 특단의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강 장관은 “인프라를 그동안 열심히 구축했지만 노후화되면서 안전 문제가 부각되는 시기”라며 “(구의역 사고는) 하도급 문제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와 협력해 근본적 재발방지 대책을 다음달 내놓겠다”고 말했다. 토론 내용을 정리했다.
▷이상만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최근 이란 방문에서 다양한 토목·건설 분야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하지만 후속조치가 제대로 안 되면 의미가 없는 게 MOU다. 조선업 구조조정에서 보듯 수익성 확보가 더 중요하다.

▷강 장관=이란에서 370억달러에 이르는 MOU를 체결했다. 다 계약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결론이 날 때까지 상당 기간 주도적으로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 해외 수주 사업은 발주국 재정이 좋지 않아 그동안 해온 단순 도급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가 파이낸싱(금융 조달)까지 감당하는 투자개발형이 돼야 한다. 앞으로 정부가 금융 관련 제도를 보완하고 건설업체가 협력한다면 해외수주 체질을 일신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이현승 코람코자산운용 대표=부가가치를 높이는 좋은 방향이다. 투자개발형이 되려면 그에 맞게 지분(equity) 투자에 주력하는 금융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금융회사는 대출 위주이고 지분 투자를 꺼리는 게 현실이다.

▷강 장관=수익률 높은 곳을 발굴해 투자하는 선구안을 가진 금융회사가 국내엔 아직 드물다. 훈련이 많이 안 돼 있다. 많은 민간 은행이 투자 심사 역량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는 (코리아해외인프라펀드 등) 투자개발형 펀드를 확대하는 방법을 추진 중이다. 민간사업 시작 단계에서 정부가 타당성을 검토한 뒤 예산을 지원하고, 사업이 구체화되면 이를 지분으로 전환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경쟁력 있는 민간 사업엔 연기금 등의 대체투자를 유도해 차별화를 촉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유병규 산업연구원 원장=부동산 경기 활성화는 내수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여러 부작용 우려도 있다. 특정 지역 얘기지만 서울 강남 일부에서 과열 양상이 보인다. 내년과 내후년에 걸쳐 아파트 입주물량도 70만여가구에 이른다. 분양권 전매제한, 실거래 신고(다운계약 금지) 등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장관=같은 생각이다. 전셋값 상승 등 서민이 느끼는 주거비 부담을 제외하면 거시적인 부동산시장은 그동안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움직여왔다고 봤다. 요즘은 (서울 강남 재건축 등) 국지적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단순 모니터링을 넘어 지역별로 예의주시하도록 모니터링 수준을 격상할 방침이다. 분양권 불법전매 등 시장질서 교란 행위는 관계기관과 협조해 엄정 단속하겠다. 공급과잉 우려도 동감하며 면밀히 보고 있다.

▷유병규 원장=서비스업 규제 개혁 방안 중 하나로 소형 화물차 규제 완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 업계 이해관계자, 특히 화물연대의 반발이 심할 것으로 우려된다.▷강 장관=우리 물류시장에도 (미국) 아마존과 같은 기업을 만들 수 있는 창의적 인재가 많은데 화물업계 이익집단의 고착화와 세분화 등이 문제다. 택배물량은 연간 12% 이상 급증하고 있는데 회사들은 택배 차량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물시장 허가제의 개선 방안을 업계와 논의 중인데 이달 말까지 얘기가 잘 되면 금년 중으로 법제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현승 대표=한국 부동산시장이 (장기간 침체를 보인) 일본을 따라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강 장관=거시적인 부동산 그래프를 볼 때 우리는 안정적으로 우상향이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우하향을 그렸다. 인구구조 패턴이 비슷해 우리가 10여년 기간 차이를 두고 일본을 따라간다는 의견이 많은데 그렇지는 않다. 다만 인구구조 변화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가구 분화 영향으로 시장이 변하고 있다. 일본에서 시사점을 얻어 부정적 측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겠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 원장=규제프리존 취지는 정말 좋다. 하지만 규제만 푼다고 경쟁력이 생긴다는 보장은 없다. 예전에도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산업단지를 조성했다. 과연 기존 여러 산업단지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통폐합 등의 정비가 필요한 건 아닌지 의문이다. 기존 산업단지와 결국 비슷한 형태로 가는 것이 아닌가.

▷강 장관=처음 (규제프리존) 정책을 입안할 때부터 있던 지적이다. 기존 산업단지가 주로 넓은 공간을 차지했다면 규제프리존 내 산업은 면적을 차지하는 제조업보다는 드론(무인항공기), 자율주행차 등 서비스나 신기술을 창조하는 것이라 공간 낭비 가능성은 적을 것이다. 기존 산업단지와 중복 여부, 사용률과 사용실적 등을 파악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조정하고 있다.

▷김영기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최근 구의역 등 안전사고를 보면서 국가 정책과 산하 공단 자체 이익 간 상충이 보였다. 공공과 민간이 할 일은 다르다. 하지만 시설물안전관리특별법 등을 보면 옛날 패러다임에 사로잡혀서 공단이 모든 걸 다 하려고 한다. 인력이 부족한 부분은 과감히 민간에 이양하되 안전 부문은 확실히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강 장관=민간에서 해도 되는데 우리는 자꾸 국가가 주도하고 개입하던 버릇이 남아 있다. 공기업들이 ‘경제 개발’ 부문에서 기여해왔고 이쪽 시장에선 나름대로 수익도 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회 개발’로 옮겨가는데 이 부분엔 시장이 없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얼마나 많은 전문가를 확보해야 하는지는 논의가 더 필요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범정부적 고민을 하고 있다. 공단 등 준정부기관은 비용 효율화와 수익 극대화 압력에 몰리면서 재원조달 방편으로 안전 관련 검사 등을 확대해 민간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있다. 이런 마찰을 줄이면서 진짜 전문성이 있는 인력이 안전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신공항 문제가 그렇듯이 복잡한 문제일수록 원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여기저기 이해관계를 다 담을 수 없다. 4대강 문제도 여러 말이 나왔지만 수자원 차원에서 보면 100년 대계일 수 있다.

▷강 장관=4대강 사업은 공과가 있다. 물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좋은 기회였다. 지난해부터 국무총리실 중심으로 물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국토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협의 중이다.

▷이상만 교수=4차 산업혁명에 접어들고 있다. 한국이 뒤떨어지지 않게 획기적인 일을 해야 할 텐데 그중 하나가 지능형 교통체계다. 규제완화를 넘어 더 선행적이고 세계가 주목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통일 후도 생각해야 한다. 북한 땅이 지금 백지에 가까운데 기존 2·3차 산업을 따라가기보다 ‘4차 산업단지’에 맞는 맞춤형 개발을 구상하면 어떨까.

▷강 장관=지능형 교통체계는 세계 각국이 달려들어 투자하고 있다. 2020년까지는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겠다. 북한 토지 문제는 중요하다. 2014년부터 통일 이후를 대비한 인프라 계획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단계는 아니다.

▷이두형 전 여신금융협회 회장=뉴 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는 시장 친화적인 방향으로 어느 정도 자리잡았다. 문제는 8년 임대, 월세 인상률 연 5% 제한이라는 공공성 확보가 얼마나 민간 사업성과 어울리느냐다. ‘반짝 대책’이 아니라는 점을 국민적으로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강 장관=공공임대주택은 주민 등 반대로 짓기도 힘들고 관리도 어렵다. 민간에서 임대하고 관리하는 것이 구조적, 추세적으로 맞다. 뉴 스테이는 ‘반짝 정책’이 아니라 정부가 대세에 순응한 정책이다.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은행 등 민간에서 먼저 신청이 들어오고 있다.

이해성/설지연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