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MICE 인력난 해소 어떻게…한경·한림국제대학원대 좌담회…"MICE 우수인력 이탈 심각…현장 실무교육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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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준비 밤샘·주말 근무 잦아…뻔한 수익에 처우 개선 어려워"유망한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산업이 꾸준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국제회의기획사(PCO)와 컨벤션센터 등 MICE 업체들은 제대로 일할 사람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 컨벤션 시장 세계 3~4위 일할 사람 찾기는 너무 힘들어"
"서비스·용역 표준요율제 도입땐 수익개선 기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 세계에너지총회 등 굵직한 국제행사를 통해 세계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국내 MICE산업이 정작 취업시장에서는 외면당하고 있다. 20~30대 청년 구직자들이 극심한 취업난을 겪으면서도 MICE를 회피 업종으로 인식하는 이유는 뭘까. 한림국제대학원대와 한국경제신문사는 지난 10일 ‘코리아 MICE 엑스포’가 열린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MICE 인력난 해소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에는 전계성 홍콩 폴리테크닉대 호텔관광경영대학장, 이재성 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손정미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제주) 사장, 한신자 이즈피엠피(국제회의 기획·전시 주최사) 대표가 참석했다. 진행은 황희곤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가 맡았다.△황희곤 교수=MICE는 소득 및 고용창출 효과가 큰 고부가가치산업이라는 점에서 경제 활성화를 주도할 유망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전계성 학장=한국은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관광·MICE 시장은 당분간 성장을 지속할 겁니다. 연간 아·태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3억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제조, 무역 등 세계 경제의 중심이 아·태 지역으로 바뀌면서 전시·박람회, 컨벤션 등 MICE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아시아 인트라(역내 관광) 시장도 매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이재성 부사장=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컨벤션 시장의 성장세가 연간 1만1000여건으로 정체된 반면 아시아는 30%까지 시장 점유율이 확대됐습니다. 일본, 중국, 싱가포르, 태국, 호주 등 아시아국가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진 상황에서 한국은 국제회의 개최 실적 등에서 줄곧 세계 3, 4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황 교수=MICE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심각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정작 직원을 채용하려 해도 마땅한 인물을 찾는 게 힘든 상황입니다.
△이 부사장=MICE는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으로 인력 수요가 높은 분야입니다. 시설·기획·서비스 등 2000여개 기업에 2만여명이 종사하고 있고 매년 채용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2년 300여개 수준이던 국제회의기획사(PCO)가 현재는 3배가 넘는 1000여개로 늘었지만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보니 취업 선호도에서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밀리고 있습니다.
△손정미 사장=지방의 인력난은 더 심각합니다. 공고를 여러 번 내도 마땅한 인물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근무환경, 급여 수준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과거에 볼 수 있던 열정을 갖고 MICE에 도전하는 패기 있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한신자 대표=국내 MICE 시장은 지금까지 외부 행사를 국내로 유치해 오는 형태로 성장해 왔습니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유치한 행사를 대행하는 방식은 업계 간 출혈경쟁을 심화시키고,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나서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손 사장=더 심각한 문제는 기존에 MICE 분야에서 활동하는 우수 인력들이 다른 업종으로 옮겨가는 인력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MICE 업무의 특성상 외국어 능력 등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을 갖추는 게 중요한데 이런 능력을 갖춘 우수 인력들이 MICE를 등지고 있습니다.
△한 대표=구직자들의 직업선택 기준이 다양해진 상황에서 업계가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측면도 있습니다. 1990년대 도입 초기엔 근무환경, 처우보다 MICE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도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행사 준비에 밤을 새우고 주말도 없이 일하는 업무환경이 20~30대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 맞지 않는 것입니다. 기업들도 이런 변화에 맞춰 근무환경, 처우를 개선하고 싶지만 뻔한 수익구조 안에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황 교수=근본적으로 열악한 수익구조를 개선해 기업이 더 나은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새로운 분야에 적극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요.
△전 학장=무작정 근무 환경만 개선하는 것보다 직원들이 회사와 직업에 대해 비전을 갖도록 하는 문화도 필요해 보입니다. 양질의 일자리가 반드시 처우 개선에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회사에서 경험하고 배운 것이 훗날 자신에게 어떤 가능성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하는데 한국 MICE업계의 현실은 아직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관련 업계가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활동무대를 국내에서 해외로 넓히는 것도 좋은 해결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부사장=정부 차원에서 MICE 분야 서비스·용역에 대한 표준요율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제도가 도입되면 관련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에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전시·박람회, 컨벤션 분야에 편중된 MICE 시장 구조를 포상관광, 기업회의 분야로 확대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지역 MICE 활성화를 통해 지방에서도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손 사장=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교육제도의 개혁도 필요합니다. 현장에서는 단순히 행사를 운영하는 기술자보다 현장경험과 기획력을 갖춘 창의적인 인재를 더 필요로 합니다. 이론보다는 실무능력을 키워주는 산·학·연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합니다.△한 대표=대학에서 실무에 필요한 이론지식은 물론 충분한 현장경험을 쌓게 하고 취업 후에는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인재개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정부, 학계, 업계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관련 업계가 대행 시장만 바라보는 관행에서 벗어나 해외시장을 겨냥한 자체 행사를 기획하는 창의적 시도와 함께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선우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