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경영에 올인하는 기업들] '포천 500대 기업' 출신 인재 영입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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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천재 한 명이 수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말에 따라 삼성그룹은 세계 곳곳에서 인재를 찾아 최고 대우를 해주며 영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이 같은 인재경영을 이어받아 발전시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포천 500대 기업에서 근무한 핵심 인재를 집중 영입하라”고 지시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대형 은행인 웰스파고에서 결제 전략을 담당하던 김현정 상무를 영입해 무선개발1실에 배치했다. 또 온라인 결제 플랫폼인 페이팔 출신 정수진 무선UX혁신팀 상무와 오병목 무선개발1실 상무도 스카우트했다. 이들은 모바일 결제서비스인 삼성페이와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존슨앤드존슨의 글로벌 베이비케어 본사 사장이던 최승은 전무를 영입해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리테일마케팅팀장을 맡겼으며, 기획재정부 부이사관(국장)을 지낸 김이태 상무도 IR팀 상무로 영입했다.
코카콜라 미국 애틀랜타 본사에서 글로벌 브랜드 감독을 지낸 한승희 상무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영상전략마케팅팀장으로 올초 스카우트됐다. 미국 모바일 광고서비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서드웨이브의 박성파 대표도 무선사업부 개발1실 상무로 일하고 있다. 박 상무는 삼성SDS를 다니다 1998년 미국으로 건너가 다양한 회사를 창업한 독특한 경력을 지녔다.
삼성이 영입한 인재들은 그룹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의 프리나브 미스트리 상무다.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출신으로 2013년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젊은 글로벌 리더’에 이름을 올린 그는 스마트워치 ‘기어S2’, 360도 카메라 ‘기어360’ 등의 개발을 주도했다. SRA에서 컴퓨터 비전·AR 랩을 맡아 가상현실 등을 연구 중이다.
삼성전자는 인재 영입뿐 아니라 육성에도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수십 가지 인재 육성제도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지역전문가제도다. 선발되면 1년 이상 아무 조건 없이 해당 지역에 파견돼 현지 문화와 언어를 익힐 수 있다. 1990년 도입 후 3000명 이상 글로벌 인력을 양성했다. 2011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삼성 성공의 핵심 요인으로 꼽은 제도다.
삼성전자는 인재들이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도 구축하고 있다. ‘워크 스마트’ 캠페인을 적극 펼쳐 자기 분야에서 프로가 돼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2009년 자율출근제도 도입했다. 또 이달 말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의 일환으로 직급 단순화, 선발형 승격, 성과형 보상, 수평적 호칭 등 네 가지를 핵심으로 하는 글로벌 인사혁신 로드맵을 수립해 발표한다. 권위주의적 상명하복 문화를 없애고 스타트업처럼 젊고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