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찜' CJ의 야심

홈쇼핑·올리브영 PB화장품 잇단 출시
K푸드·컬처 이어 영토 확장 나서

셉 마스크팩 홍콩·일본 수출…엘르걸 등 5년새 PB 7개
2002년 엔프라니 매각 이후 화장품 제조업 재도전 관심
Getty Images Bank
식품과 문화콘텐츠가 주력 사업 분야인 CJ그룹이 뷰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02년 화장품 제조회사 엔프라니를 매각하며 뷰티 사업에서 손을 뗐던 CJ는 최근 2~3년간 홈쇼핑과 뷰티&헬스스토어를 통해 자체상표(PB) 화장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국내외 판매처를 늘리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K푸드와 K컬처를 알리고 있는 CJ가 K뷰티까지 넘보는 모습이다.
○홍콩·일본 수출 시작
CJ오쇼핑은 PB 화장품 브랜드인 ‘셉(SEP)’을 이달 말 홍콩 샤샤와 일본 스기약국 등 해외 드러그스토어에 수출한다고 22일 발표했다. 셉은 2008년 출시된 화장품 브랜드다. 마스크팩 등이 주력 상품이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 매출은 1000억원에 이른다.

일본 스기약국 400개 점포에는 셉의 ‘코르셋 마스크팩’ 2400장이 납품된다. 겔 마스크에 보정속옷용 ‘탄력 레이스’를 넣어 어떤 얼굴 형태에도 잘 밀착되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일본의 또 다른 드러그스토어 웰시아 600개점에서 올해 1월부터 판매되고 있다. 홍콩 샤샤 110개점에선 피부 각질 제거제 ‘썸봉’ 7000세트가 판매될 예정이다. 썸봉은 CJ오쇼핑이 직접 개발해 지난해 7월 처음 선보인 이후 국내에서만 1만5000세트 이상 팔린 제품이다.CJ오쇼핑이 2012년 내놓은 고급 PB 화장품 ‘르페르’도 판매가 늘고 있다. 캐비아를 넣어 만든 안티에이징 화장품으로 30대 여성이 주 소비자층이다.

PB 화장품을 가장 활발하게 출시하고 있는 계열사는 뷰티&헬스스토어 올리브영이다. 올리브영은 2011년 메이크업 브랜드 ‘엘르걸’ 출시를 시작으로, 2013년 선케어 제품 중심의 ‘식물나라’, 남성 화장품 브랜드 ‘XTM 스타일옴므’, 스킨케어 브랜드 ‘보타닉힐보’ 등을 내놨다. 지난해에는 메이크업 브랜드 ‘웨이크메이크’도 선보였다. 운영하고 있는 PB 브랜드는 7개다.

CJ제일제당은 ‘먹는 화장품’ 콘셉트의 ‘이너비’를 판매하고 있다. 알약 형태로 섭취하는 제품으로 피부 관리 효능을 갖춘 성분이 함유됐다. 올해 1~6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증가했다.○화장품 제조 재도전할까

CJ그룹이 화장품 사업을 처음 시작한 것은 1994년이다. 세탁비누 브랜드이던 식물나라는 그해 마트 전용 기초화장품을 출시했다. 이듬해 CJ는 세제와 비누 등을 생산하는 제일제당 생활화학본부 내에 화장품사업부를 조직하며 화장품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00년 화장품 전문점용 브랜드 엔프라니를 출시하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냈지만 시장에서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는 이유로 2001년 화장품사업부를 CJ엔프라니로 분사했고, 2002년 한국주철관공업에 경영권을 매각하며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매각 직전 사업연도인 2001년 엔프라니 매출은 273억원이었다.화장품업계에서는 CJ의 PB 화장품 확대가 화장품 제조업 재도전으로 이어질까 주목하고 있다. 엔프라니에 따르면 CJ는 매각 당시 엔프라니가 상장하기 전까지는 화장품 제조업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프라니는 올해 상장 유력 회사로 꼽힌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코리아나화장품 매각 후 10년간 시장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웅진그룹이 만 10년이 되던 해인 2010년 화장품사업을 다시 시작한 것처럼 CJ도 엔프라니와의 신의를 지키는 선에서 화장품 제조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