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자신감 잃은 옐런 "미국 경제, 저성장 길어질수도"

상원 은행위 청문회 참석
신중한 통화정책 강조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이 저성장 국면의 장기화를 거론하며 신중한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옐런 의장은 21일(현지시간) 반기마다 열리는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참석, “미국 경제 전망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며 “몇몇 저명한 경제학자가 말하듯이 저조한 생산성 증가율이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이는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등 일부 경제학자가 총수요 감소 등으로 미국이 저성장, 저금리 덫에 빠져 있다고 주장하는 ‘구조적 장기 침체론(secular stagnation hypothesis)’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옐런 의장은 “미국 경제는 지난 7년 동안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해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언급하면서도 “단기적으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영향이, 장기적으로는 투자와 소비 부진, 저조한 생산성 증가율 등이 ‘맞바람’으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브렉시트의 단기적 영향에 대해 “달러나 안전자산으로 급격히 돈이 쏠리는 금융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며 “미국의 경제 전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WSJ는 해외 리스크와 고용지표 악화 등 불확실성에 대한 Fed의 어조가 지난 몇 주 새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불확실성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던 옐런 의장이 최근엔 “천천히 시간이 가면서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더욱 신중해졌다는 것이다.시장 전문가들은 여러 불확실한 요인이 일시적이 아니라 상당 기간 미국 경제를 억누르는 상수가 될 수 있다고 그의 발언을 해석했다. 일각에선 “옐런 의장이 이날 청문회에서 다소 의기소침하고 자신 없어 보였다”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다음달 27, 28일 다시 회의를 열어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