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 승선…회생 '최종 고비' 넘는다

디 얼라이언스 가입 포기하고 2M으로 방향 틀어

채권단, 출자전환 사실상 승인
아시아~북미 노선 노린 2M, 현대상선에 구애 나서

한진그룹 24일 이사회…한진해운 자산매입 논의
현대상선이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에 승선한다. 아시아~북미 노선에서 강한 경쟁력을 인정받아 세계 최대 해운동맹에 속하게 될 전망이다. 이 경우 현대상선은 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 2위 해운사인 스위스 MSC와 선박을 공유하며 안정적인 영업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이 속한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 가입은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출자전환 단행할 듯현대상선은 “최근 2M이 해운동맹 가입 의사를 타진해옴에 따라 본격적인 협상을 하고 있다”고 23일 발표했다. 현대상선은 협상 중이라고 발표했지만 가입에 문제가 없는 정도로 협상이 진척돼 가입이 확실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상선은 6월 중순 이백훈 대표가 머스크 및 MSC 대표와 만나 구체적인 가입 조건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현대상선의 2M 가입이 논의 단계를 지나 구속력 있는 합의를 앞두고 있다고 보고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조만간 2M 가입을 위해 가입 선사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채권단이 오는 7~8월 사채권자, 외국 선주 등과 함께 1조3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단행하면 현대상선은 부채비율이 200%대로 낮아진다. 머스크와 MSC 측은 현대상선에 대한 채권단 출자전환이 끝나면 현대상선의 2M 가입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출자전환의 조건으로 해운동맹 가입을 내건 채권단은 현대상선과 2M 선사 간 협상이 상당히 진척됐다고 보고 출자전환을 사실상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그동안 한진해운이 속한 제3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 가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2M의 요청을 받아들여 사실상 디 얼라이언스 가입을 포기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디 얼라이언스 소속 선사들은 현대상선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현대상선은 이달 초 디 얼라이언스 소속 해운사인 독일 하파그로이드와 일본 3대 선사인 NYK, MOL, K라인, 한진해운, 대만 양밍 등에 가입 의사를 타진하고 동의서를 기다렸다. 그러나 아직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은 주력 매출처가 겹치는 현대상선의 디 얼라이언스 가입에 소극적이었다”며 “그러다 보니 다른 소속사들도 현대상선의 가입 동의를 미뤄왔다”고 말했다.

세계 1, 2위는 왜 15위와 손잡나

세계 선복량(선박 보유량) 1위인 머스크와 2위인 MSC는 왜 15위인 현대상선을 선택했을까. 프랑스 해운통계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이달 머스크의 선복량은 312만1965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한 개), MSC의 선복량은 273만6325TEU로 현대상선(40만257TEU)의 6~7배 수준이다.2M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8.6%로 오션(26.4%), 디 얼라이언스(19.7%)를 제치고 세계 1위다.

하지만 유럽의 강호인 2M은 아시아~북미 노선에서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2M의 아시아~북미 노선 시장 점유율은 15.4%로 오션(38.3%)과 디 얼라이언스(33.6%)에 밀렸다. 현대상선이 2M에 가입하면 시장 점유율은 기존 28.6%에서 30.5%로 2%포인트 남짓 오르지만 아시아~북미 노선은 15.4%에서 19.6%로 크게 상승한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본부장은 “유럽 중심의 노선에 강한 2M과 아시아~북미 노선에 경쟁력이 있는 현대상선 간 결합은 시너지가 크다”며 “현대상선은 유럽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디 얼라이언스에 가입하면 미주노선에서 비슷한 경쟁력을 갖춘 한진해운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부담을 느끼고 2M 가입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한진그룹은 24일 이사회를 열고 한진해운의 일부 자산을 계열사가 인수하는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진해운은 용선료 2000억원 연체, 항만 관련 이용료 4000억원 연체, 컨테이너 리스료 연체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가운데 자구안 이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