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래빗] 밀양 부동산 '곡성'의 실체…'여의도 면적 · 2배 땅값' 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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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래빗 데이터저널리즘 'DJ 래빗' 3회[편집자 주] '일파만파', '후폭풍'
'밀양 신공항 부동산' 7년 반 토지거래 데이터 분석
'곡성' 터진 밀양 부동산, 도대체 얼마나 올랐길래
밀양 하납읍 7년동안 '여의도 면적' 주인 바껴
2009년 평당 20만원 땅값..6년만에 2배 폭등
지난해 하남읍 매매건 481회..7년래 최다
밀양 양동리 주거지 최고가 평당 453만원 갱신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들입니다. 얼마나 일파만파이고, 거센 후폭풍일까요. 규명하기 힘든 뉴스 속 팩트, '데이터저널리즘(DJ) 래빗'이 분석으로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도와드립니다.'밀양 신공항 부동산'이 오늘 주제입니다.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2파전이었던 신공항 선정이 일주일 전 결국 백지화됐습니다. '일파만파' 여파를 미쳤죠. 그 불똥은 유력 후보지였던 밀양 인근 부동산 시장으로 튀었습니다. 수 년 전부터 신공항이 들어선다는 기대감에 논밭이었던 밀양 후보지 땅값은 오를만큼 올랐죠. 하지만 백지화 결정 후 비싼 값에 땅을 산 투자자들의 '곡성(哭聲)'이 터진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습니다. 백지화 '후폭풍'은 부동산 측면에서도 전국적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올랐고, 얼마나 토지 거래가 일어났는지에 객관적 자료는 부족하더군요. DJ 래빗이 차근차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이른바 '데이터 좋아하는 형'으로 빙의해 알려드릴게요. DJ 형~ 알려줘요 !.!그래 DJ 형이야~ 단 밀양 땅값 투기 후폭풍을 이해하려면 지난 몇년간 신공항 선정 정책 전개 과정을 좀 이해할 필요가 있어. 브리핑 해줄게 !.!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프랑스 업체가 조사한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용역 결과를 발표했어. 우린 밀양과 가덕도 2군데 중 한 곳을 선정하는 절차인줄 알았지.
그런데 결과는 '전면 백지화'. 대안은 김해국제공항 확장이었어.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항공안전, 경제성, 접근성, 환경 등 공항입지 결정에 필요한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출된 합리적 결론"이라고 설명했지. 이후 영남권 국민과 정치권은 물론 부동산 업계까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어. 이어 터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슈로 신공항 백지화 논란은 수그러들었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어.
주요 기사 몇개 보여줄게.
▼ 신공항 선정 백지화 주요 기사
황금알? '낙동강 오리알'…밀양 땅 투자자들 '잔금 거부' 속출
['제3의 선택' 김해 신공항] 김해 신공항 5가지 궁금증
가덕도는 비용, 밀양은 지형이 '발목'…"김해공항 최선"
신공항 백지화…국토교통부 발표문 전문
김해공항 확장 결론…영남권 신공항 추진 일지 #1. 김해공항 포화…6년새 이용객 2배 ↑
영남권 신공항은 포화 상태에 다다른 김해국제공항의 항공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했던 사업이야. 밀양과 가덕도를 후보지가 확정된 게 6년 전인 2009년 12월이야. 그에 앞서 신공항의 필요성을 처음 제기한 '부산 도시기본계획'부터 따지면 무려 17년을 논의한 사업이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김해공항의 연간 수용 가능 이용객은 1733만명(국내선 1269만명·국제선 464만명, 2015년 4월 기준)이야. 2015년 이용객이 1238만명(국내선 642만명·국제선 596만명)이었어.
▶ 김해공항 7년 내 포화…동남권 신공항, 지금 착공해도 10년 뒤 '숨통'
그래프를 한번 볼래? 2009년 이후 이용객이 크게 늘어나는 걸 알 수 있어. 2009년 대비 지난해 이용객이 2배 가까이 뛰었지. 2014년과 비교하면 1년 새 19.4%가 늘었어. 이 추세대로라면 2~3년 내에 김해공항은 밀려드는 이용객을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어. 이용객이 늘어난다는 건 여객기가 그만큼 더 많이 뜨고 내린다는 거야. 자연스럽게 활주로 이용량 포화, 공항 주변 소음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지.
# 2. 2011년 1차 백지화...2차 재도전
정부도 김해공항 문제 해결을 위해 2009년 밀양과 가덕도를 신공항 후보지로 선정했어. 가덕도는 해상이라 여객기가 뜨고 내리기에 좋고, 주변 소음 문제가 없어 좋았어. 한편 밀양은 영남 전 지역과 전남 남부, 충북 일부 이용객까지 흡수하는 장점이 있지. 하지만 두 곳 모두 단점이 분명했어. 가덕도는 바다를 매립해 공항을 지어야해서 사업비가 6조원에 달했지. 밀양은 사업비가 4조원으로 다소 낮아. 반면 비행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하려면 주변 산들을 깎아내야 해서 환경 파괴 비판을 샀지. 결국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3월 두 곳 모두 '부적합' 판정을 받아. 신공항 사업 1차 백지화였어. ▶ MB 공약에 발 묶인 '신공항 3년'
신공항 2라운드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와 2014년 지방선거 때 다시 불붙어. 영남권 신공항 유치를 공약으로 다시 내걸었거든. 서병수 부산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 때 "신공항 유치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약속했지. 여세를 몰아 시장에 당선됐어. 이후에도 줄곧 가덕도 유치에 실패하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어. 신공항 2차 백지화는 그래서 정치적으로도 예민한 사안이야. 서 시장은 결국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안’을 수용하기로 했어. 다만 선거공약을 완전히 파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지.
▼ 정치권 '신공항 공약' 관련 주요 기사
서병수 부산시장 "김해공항 확장안 수용하겠다"
박근혜·문재인 대선후보 지역개발 공약 분석해보니
한쪽은 '空約' 된다…중복 公約 지자체장들 사활 건 경쟁
#2. 9년의 기대감이 부른 '부동산 과열', 앗 뜨거
9년간 영남권을 달군 신공항 선정 기대감은 해당 지역 부동산 과열로 이어졌어. 지난 21일 최종 백지화가 발표된 이후 22~24일 3일간 보도된 기사(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수집해 '밀양'과 '가덕도'에 대한 단어 구름(word cloud)를 그려봤어.단어 구름을 보다시피 밀양(위)은 '땅값', '부동산 시장', '투자자' 등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가덕도(아래) 역시 '부동산 시장'이 단어 구름에 등장해. 하지만 바다 위 인공섬을 조성하는 건이라 밀양만큼은 부동산이 언급되지 않아. 밀양은 현재 논·밭이거나 주거지인 땅에 신공항 건설을 추진해서 '부동산 열풍'을 빗겨가지 못했지.
#3. 지난해 하남읍 매매건 481회..7년래 최다
뉴스래빗은 부동산 열풍의 구체적인 증거를 찾기 위해 밀양 일대 부동산이 얼마나 많이 매매됐는지 분석했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2009년 1월~2016년 6월 21일, 7년 간 6개월 간 신공항 예정 부지인 밀양시 하남읍의 토지 거래 2560건을 내역을 수집했어. 이를 매매 횟수, 거래 면적, 총 거래 금액, 3.3㎡당 평균 지가를 기준으로 정리해봤어.
▼ 연간 밀양 하남읍 토지 매매 횟수: TIP 그래프 터치로 상세 내역 확인
하남읍 일대는 신공항 후보지로 선정된 2009년 이후 그 관심을 반증하듯 토지 거래가 늘었어. 특히 2009년 255건에 불과했던 실거래가 신고 건수가 2015년엔 481건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지. 올해는 반년만에 235회나 사고 팔렸어. 2009년 한해 매매 건이 6개월만에 이뤄진거지. 신공항 후보지로 밀양 유력설이 퍼지면서 올해 매매 건이 더 몰린 거라고 볼 수 있어.
#4. 2009년 평당 20만원 땅값..6년만에 2배 폭등
매매가 활발해진다는건 그만큼 투자자 관심이 높다는거지. 이제 부동산 열풍의 실체는 토지 가격 상승으로도 확인할 수 있어. 2009년 평(3.3㎡)당 평균 20만7500원선이던 토지 가격은 신공항 후보지 발표 이듬해인 2010년 29만원대로 약 50% 껑충 뛰었어.
▼ 연간 밀양 하남읍 토지 거래가 횟수: TIP 그래프 터치로 상세 내역 확인
그러더니 신공항 유치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한 지난해 38만6610원을 넘어섰어. 2배 상승이야. 올해는 지난해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평당 평균가는 38만원대를 유지하고 있어. 그야말로 '폭풍 상승'이야. 2009년 20만원에 땅 50평을 1000만원에 산 사람이 지난해나 올해 팔았다면, 2배 장사를 한 셈이야.
#5. 동네별 지가 분석..양동리 주거지 최고가 평당 453만원
이제 하남읍 내 동네별로 땅값 상승분을 따져보자. 리(里)별로 나눠 2009년~2016년을 통틀어 모든 지목의 3.3㎡당 평균 지가를 분석해봤어. 가장 주목받은 곳은 양동리와 수산리야 아래 그래프에도 빨간 색으로 표시된 구역이지.
빨간색인 이유는 다른 리보다 땅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야. 양동리의 지난 7년간 평당 토지 평균가는 54만4100원으로 가장 높았어. 2009년 평균 27만 3600원이던 평당 토지가는 올해 68만9800원으로 252% 올랐어. 100만원짜리 땅이 252만원이 된거야.
▼ 하남읍 동네별 실거래가 동향: TIP 구역별 터치로 거래가 내역 확인
지난해 5월엔 양동리의 한 일반주거지역 토지가 역대 최고가인 3.3㎡ 당 453만3000원에 거래됐어. 100평 땅값만 4억5300만원이야. 양동리는 신공항이 들어설 경우 신시가지처럼 조성될 가능성이 높았어. 또 2014년부터 조성된 밀양 하남일반산업단지 자리가 바로 양동리야.
2위는 수산리였어. 2009년 평당 31만4500원이던 땅값은 올해 47만5400원까지 뛰었어. 약 51% 상승률이지. 수산리는 읍사무소와 터미널 등 주요 시설이 밀집한 곳이야. 하남읍의 다른 동네는 대부분 농림지역, 녹지지역, 관리지역 등이라 지가가 상대적으로 낮아. 반면 수산리는 상당수가 주거지역이라 실거래가가 높은 곳이지.
#6. 동네별 매매 분석..수산리 지난해 154건 최다 매매
수산리는 지난 7년간 부동산 거래 횟수가 하남읍 내에서 가장 많았어. 특히 신공항 유치 기대가 최고조에 달한 지난해 최다인 154건까지 늘었지. 이는 1차 백지화 여파로 곤두박질쳤던 2011년 45건과 비교하면 약 3.5배나 뛴 수치야.
▼ 하남읍 동네별 월별 매매 동향: TIP 구역별 터치로 매매 내역 확인
#7. 동네별 매매 면적..'여의도 면적' 주인 바껴
지난 7년 반 동안 동네별로 거래된 토지의 총 면적도 따져봤어. 그 결과 명례리가 78만3017㎡로 가장 많았어. 명례리는 실제 신공항이 들어서는 직접 부지야. 당초 논과 밭 등이 많아 거래 단위 면적은 크고 지가는 상대적으로 싼 곳이야. 향후 신공항 부지 토지 수용 때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 동네별 매매 면적 동향: TIP 구역별 터치로 매매 면적 확인
명례리에 이어 백산리(71만5406㎡)가 두번째로 거래면적이 넓었어. 명례리와 백산리 두 곳 거래 총 면적은 149만8423㎡에 달해. 이는 지난 7년 반동안 하남읍 내 총 거래 면적(394만7326㎡)의 38%를 차지하지. 결국 여의도 면적(300만㎡)보다 넓은 하납읍 토지가 신공항 선정 기대감 속에 사고 팔린 거야. 축구 경기장으로 따지면 국제연맹 규격 552개(7140㎡)이나 들어설 면적이지. 엄청나지 않아?
# 이러니 밀양 부동산이 공황상태일 수 밖에
지금까지 'DJ 래빗 형'이 보여준 데이터를 본 소감이 어때? '밀양 부동산 곡성'의 실체가 느껴지지 않아?
여의도 면적보다 넓은, 축구장 552개나 지을 땅이 지난 7년 반동안 밀양의 하남읍이라는 작은 동네에서 사고 팔렸어. 땅값은 최대 2배나 뛰었어. '밀양이 신공항 유력 부지'라는 기대와 투자 심리에서 비롯된 '부동산 열풍'이었어. 그런데 신공항 선정 자체가 또 백지화해버렸으니, 부동산 투자자 '멘붕(멘탈 붕괴)'와 '곡소리(곡성)'이 이해되지 않아?
여기저기 보도에 따르면 최근까지 활발하게 거래됐던 밀양 신공항 후보지 인근 부동산은 '패닉'이라고 해. '땅을 다시 팔아달라', '땅값이 이제 내려가냐" 등 대응책을 묻는 전화가 주요 공인중개업소에 빗발친다는 거야. 일부 투자자는 토지 거래 잔금을 내지 않고, 아예 계약금을 포기한다고도 하더라고. 폭등한 가격 다 주고 사봤자 더 큰 손해니까.
국토부가 신공항 백지화를 발표한 뒤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은 별다른 변화가 없어. 밀양 부동산 투자자들이 어떻게 대응해야할 바를 모르는 '혼란' 상태라는 걸 보여주는 또다른 증거일 수 있어. 다만 실거래가 등록 내역이 시스템에 반영되는 시점이 거래마다 제각각이어서 백지화 영향을 판단하긴 아직 이른 시점이야.
그래서 뉴스래빗은 신공항 백지화로 어수선한 밀양 후보지 인근 부동산 상황을 계속해서 주목해보려 해. 변동 상황을 데이터로 지켜보려는 이 시도가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 지켜봐줘 !.!
# DJ 래빗? 뉴스래빗이 고민하는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여보려고 합니다.'뉴스래빗'의 다른 실험적 뉴스를 만나보세요 !.!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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