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6] 장타력+송곳샷…"여고생 대어가 떴다"

성은정 '특급 기대주'로 부상

'투어 최강' 박성현 넘을까…드라이버 평균 255야드로 비슷
최장 290야드까지도 가능…페어웨이 안착률은 훨씬 높아

"신체조건·쇼트게임 세계 최고…LPGA 당장 나가도 우승 가능"
성은정
“신체 조건, 장타력, 쇼트게임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이신 프로·JTBC골프 해설위원)

“지금 출전해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다.”(이선화·LPGA투어 신인왕, 통산 4승)“기술, 정신력 모두 뛰어나다. 앞으로 한국여자골프를 이끌어갈 기대주다.”(오지현·‘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 2016’ 우승자)

광주 금호중앙여고 2학년 성은정(17)에 대한 전문가와 선수들의 평가다. 지난 26일 경기 안산시 대부도 아일랜드CC(파72·6522야드)에서 막을 내린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 2016’은 이변이 속출한 대회였다. 우승컵은 오지현(20·KB금융그룹)이 가져갔지만 대회 내내 주인공은 성은정이었다. 그는 유일한 아마추어 선수로 참가해 2, 3, 4라운드 단독 선두로 대회를 이끌었다. 최종일 마지막 18번홀(파5)에서의 뼈아픈 샷 실수로 연장전을 허용하고 결국 우승컵도 내줬지만 이름 석 자를 한국골프계에 각인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성은정은 농구선수였던 부모 덕분에 175㎝의 훤칠한 키와 탄탄한 체격을 타고났다. 유연성이 좋아 장타력도 으뜸이다. 그는 대회 기간 중 “이 골프장은 내겐 거리가 짧다. 거리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쇼트게임 실력까지 겸비했다. 현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최강자인 박성현(23·넵스)과 비교되는 이유다. 박성현은 이번 대회에서 9언더파 279타로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4위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 상위권에 포진한 두 선수의 주요 기록 등을 비교해보면 흥미롭다. 체격 조건은 성은정이 좋다. ‘장타 여왕’인 박성현도 172㎝의 장신이지만 성은정이 더 크다. 성은정은 수영을 해서 어깨도 다부지다. 이번 대회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는 박성현이 255.75야드로 성은정(254.00야드)보다 약간 길었다. 성은정은 “드라이버샷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거리를 조절하고 있다”며 “최장 290야드까지 날릴 수 있다”고 말했다. 비거리는 약간 짧았지만 페어웨이 안착률은 성은정이 80.36%로 박성현(71.89%)보다 훨씬 높았다. 박성현은 티샷이 불안정해도 송곳 같은 아이언샷으로 그린 위에 공을 올렸다. 박성현과 성은정의 그린적중률은 모두 90%가 넘었다.

박성현
평균 타수와 퍼팅수는 모두 성은정이 나았다. 버디도 18개로 박성현보다 2개 많이 잡았다. 두 선수는 25일 3라운드에서 한 조로 뛰었다. 이날 박성현은 1번홀(파4)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하는 등 1오버파를 쳤다. 성은정은 투어 최강에 맞서 1언더파로 경기를 마치며 판정승을 거뒀다. 박성현과 성은정은 작년 9월 KDB대우증권클래식에서도 순위 경쟁을 했다. 당시 박성현이 우승을 차지했고, 성은정은 공동 2위에 올랐다.성은정은 2011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장배 여자아마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초등학교 6학년 때 ‘최연소 국가대표’가 됐다. 지난해에는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관한 제67회 US주니어골프대회에서 우승해 ‘될성부른 떡잎’임을 입증했다.

한국여자골프계의 ‘특급 기대주’로 떠오른 성은정이 프로골퍼가 되는 데 필요한 건 시간이다. 성은정은 만 18세가 되는 내년 10월이 지나야 KLPGA투어 정회원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본격적인 투어 활동은 2018년부터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