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리운전 진출 한 달 만에 가격 내린 '카 대리'

카카오 첫 O2O 수익 모델, 시장 안착 3대 과제

(1) 비싼 요금제
수도권 제외 기본요금 인하…'콜 절벽' 우려에 사전 대응

(2) 매칭 성공률 높이기
피크타임·산간지역 등 탄력요금제 도입 검토

(3) 기존 업체와 마찰
셔틀버스 이용 금지 등 업무방해 주중 법적대응
카카오가 지난달 말 선보인 모바일 대리운전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 드라이버’가 기존 서비스보다 가격이 다소 높다는 지적을 수용해 다음달 1일부터 기본 요금을 일부 낮추기로 했다. 6월 한 달간 시행된 1만원 할인 행사가 끝나고 나면 사용자가 급감하는 ‘콜 절벽’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카카오 측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27일 밤 12시께 카카오 드라이버 앱(응용프로그램)에 올린 공지문에서 요금체계를 7월1일 오후 2시를 기점으로 일부 변경한다고 밝혔다. 변경안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책정된 기본 요금(1만5000원)이 지역에 따라 차등화된다. 서울·경기·인천은 1만5000원으로 기존과 똑같지만 대전·대구·부산·광주·울산은 1만2000원, 충북·충남·경북·경남·전북·전남·강원·세종·제주는 1만원으로 내린다. 단 시간과 거리에 따라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현행 방식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카카오 드라이버의 사용 후기에는 기존 대리운전 서비스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일부 시간 및 지역에서 매칭 성공률이 높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는 글이 적지 않게 올라와 있다. 김모씨는 “대리운전 기사 얼굴 확인, 위치 자동 인식, 카카오페이 자동결제 등이 편하긴 하지만 (1만원) 할인 행사가 끝나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오모씨는 “대전에서 1만원이면 웬만한 데는 다 가는데 (카카오 드라이버는) 기본요금만 1만5000원”이라고 했다.

카카오 측은 이에 대해 “(지난 한 달간) 지역별 특성과 교통 상황, 운행 패턴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요금제 개선에 반영했다”며 “앞으로 피크타임이나 오지 등에서 매칭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탄력요금제도 추가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앱 다운로드나 콜 수 등 활성화 지표 측면에서 앱 출시 초기임을 감안하면 흐름이 나쁘지는 않다”며 “지속적으로 사용자 및 대리운전 기사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가격체계에 반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대리운전 업체들의 반발도 카카오가 넘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실제 이들 업체는 카카오 드라이버에 등록된 기사들에게 콜을 주지 않거나 자체 운영하는 셔틀버스 이용을 금지하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측이 대리운전 기사용 앱의 ‘문의하기’를 통해 각종 피해 사례를 접수한 관련 민원만 200여건에 달했다. 카카오 측은 “일부 대리운전 업체의 업무 방해 행위가 도를 넘었다”며 “조만간 법원에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라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