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반사된 첼로 선율 객석 휘감고 작은 소리까지 구석구석 파고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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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8일 개관 앞둔 롯데콘서트홀 음향테스트 공연 가보니…묵직하고 짙은 첼로 선율. 공연장 정중앙 무대에서 시작된 이 소리는 곧 회오리를 치듯 울려 퍼졌다. 천장 반사판에 빠르게 닿은 뒤 음 하나하나가 객석 깊이 파고들었다. 나지막이 흐르는 선율이 홀 전체를 강렬하게 감싸는 느낌. 기존 국내 콘서트홀에서는 쉽게 경험하지 못하던 꽉 찬 공간감이었다.
객석이 무대 둘러싼 '빈야드' 구조
연주자 표정까지 생생히 전달
잔향 길게 이어지는 게 아쉬워
다음달 18일 개관을 앞둔 롯데콘서트홀의 음향테스트 공연이 지난 1일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이날 무대에서는 임헌정 지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 첼리스트 목혜진 협연으로 슈만의 ‘첼로협주곡’과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이 울려 퍼졌다.◆홀 전체를 감싸는 클래식 선율
롯데콘서트홀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이후 28년 만에 서울에 생기는 대규모 클래식 전용홀이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8~10층에 마련된 콘서트홀의 좌석은 2036석. 예술의전당 콘서트홀(2523석)보다 487석 적다.
이날 공연은 콘서트홀만의 풍성한 음향을 고스란히 들려줬다. 슈만의 첼로협주곡은 저음의 악기 소리를 통해 뛰어난 공간감을 느끼게 했다. 공간감은 연주홀이 음악에 둘러싸인 듯한 기분을 의미한다. 낮은 음역의 소리가 멀리까지 깊숙이 전달될수록 공간감이 좋다. 롯데콘서트홀은 공간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감재로 석고 등을 써서 면밀도를 국내 공연장보다 2~3배 높은 100㎏/㎡까지 높였다. 음향 설계에 참여한 박세환 DMB 건축사무소장은 “밀도를 이용해 소리를 온전히 관객에게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재질의 반사판도 이용했다. 벽면에는 나왕 재질의 합판 뒤에 석재 효과를 내는 보드를 3~4겹 세우고 천장엔 대리석 반사판을 썼다.그래서일까. 위층 뒷자리까지 소리가 잘 전달됐다. 환상교향곡은 1층에서 2층 상층부로 자리를 옮겨서 감상했다. 시작 전 연주자들이 악기를 조율하는 소리까지 섬세하게 들렸다. 4악장 ‘단두대로의 행진’에선 팀파니와 첼로 등이 한데 어우러지며 장엄한 음이 휘몰아쳤다.
잔향이 길게 이어지는 점은 아쉬웠다. 작은 소리의 울림까지 계속됐다. 음이 반사돼 연주 뒤에도 실내에 남아 울리는 잔향은 적절할 때 연주를 풍성하게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지나치게 길면 그다음 이어지는 음과 섞인다. 롯데콘서트홀 관계자는 “연주자들도 잔향을 지적했다”며 “울림이 적은 것은 고치기 어려워도 많은 것은 쉽게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에 개관 전에 잔향감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객 친화적인 ‘빈야드’ 구조롯데콘서트홀은 국내 연주홀 중 처음으로 객석이 무대를 둘러싸는 ‘빈야드’ 구조로 설계됐다. 관객이 오케스트라를 둘러싸고 음악을 감상한다. 독일 베를린필하모닉홀, 일본 산토리홀 등이 빈야드 구조다. 빈야드의 장점은 무대와 객석 사이의 친밀감이 높다는 것. 첼로 현의 작은 떨림, 연주자의 표정 변화까지 다른 공연장보다 생생하게 객석에 전달됐다. 4958개의 파이프로 이뤄진 대형 오르간도 설치했다. 2000석 이상의 클래식홀에 파이프 오르간이 들어선 것은 국내 최초다.
인터미션(중간 휴식 시간)을 20분에서 30분으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한광규 롯데콘서트홀 대표는 “시간이 짧은 일부 공연에 한해 인터미션을 30분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공연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인터미션 때 석촌호수 등이 펼쳐지는 경관을 보며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롯데문화재단을 출범시키며 롯데콘서트홀 개관을 준비해 왔다. 최근 롯데그룹의 연이은 악재로 개관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한 대표는 “다소 어수선하긴 해도 운영에 아무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콘서트홀 운영은 비즈니스가 아니라 사회공헌의 일환이기 때문에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개관 공연은 개관일에 맞춰 정명훈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의 지휘와 서울시향의 연주로 이뤄진다. 작곡가 진은숙의 창작곡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를 세계 초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