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방위산업 이대론 안된다] '정·당·재'가 함께 미는 일본, '무한경쟁' 이스라엘…방산대국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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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방산 선진국 이렇게 한다·끝프랑스와 일본, 이스라엘 등 방위산업 선진국의 공통점은 정부가 나서 산업 육성을 지원하거나 규제를 철폐하는 동시에 시장경쟁체제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각 나라가 방위산업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지만, 각각 하나의 원칙을 세우면 그 원칙을 오랜 기간 이어간다는 점은 같다”며 “정부가 지원을 하려면 확실한 의지를 갖고 지원해야 하고, 시장원리에 맡기려면 규제를 최대한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같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을 줄인 인터넷 용어)’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방위산업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방산 키우는 아베 정권
일본 정부, 원칙 바꿔 무기수출 허용
금융권도 방산기업 대출 확대
자민당, 무기 연구비 증액 추진
규제 철폐하는 이스라엘
국영기업 독점시장 민간에 개방
규제 풀리자 대형 M&A 잇따라
◆방산대국 부활 꿈꾸는 일본일본이 방산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아베 신조 내각이 출범한 이후다. 일본 정부는 2014년 4월 무기와 관련 기술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무기수출 3원칙’을 전면 개정해 ‘방위장비 이전 3원칙’으로 바꿨다.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은 △분쟁 당사국 혹은 유엔 결의를 위반한 국가엔 무기를 수출(기술이전)하지 않고 △평화 공헌과 일본 안보에 기여하는 경우에 한해 무기를 수출하며 △무기의 목적 외 사용과 제3국 이전은 적정한 관리가 확보되는 경우로 한정한다는 내용이다. 무기 수출을 허용하기 위한 원칙이다.
이 원칙을 세운 이후 일본 정부는 무기 수출을 통해 방위산업을 육성하고, 국제 무기공동개발에 적극 참여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방위성 외청으로 방위장비청을 출범시켰다.일본 재계와 금융권도 방산 육성책을 지원하고 나섰다. 일본 재계단체인 게이단렌은 지난해 군수장비 수출을 국가전략으로 추진할 것을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일본 국제협력은행은 무기 수출 기업에 대출해주거나 출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일본으로부터 무기를 사는 국가에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거나 무기 생산을 위한 합병 회사나 현지법인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집권당인 자민당은 무기연구비를 대폭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이나 공공연구소, 민간기업 등이 군사기술로 응용할 수 있는 연구를 할 때 방위성이 연구비를 지급하는 ‘안전보장기술연구추진제도’ 투입자금을 100억엔(약 1100억원) 규모로 증액하도록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이스라엘은 경쟁체제 도입프랑스 정부도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한다. 국방부가 방산수출 지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외교부는 외교력을 동원해 수출을 지원한다. 장비 수출을 위한 기술 지원 및 재정 지원을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기도 한다.
2008년부터는 국제계약지원위원회를 창설해 수출을 위한 지원 순위를 결정하고 있다. 산업 분야 및 수출 대상 지역별로 프로젝트를 선정한 뒤 관계기관을 총동원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국방부와 외교부 이외에 산업·고용·예산 등과 관련된 부처도 이 회의체에 참여한다.
정부가 방위산업을 총력 지원하는 프랑스와 이스라엘 방위산업이 성장한 방식은 차이가 있다. 이스라엘은 정부의 규제 철폐와 경쟁유도가 방위산업 성장을 이끌었다. 이스라엘 방산업체들은 1990년대까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성장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1990년대 이후 방산기업 지원을 줄이는 한편 시장원리를 도입했다.과거 국영기업이 독점하던 시장을 민간에 개방한 것. 치열한 경쟁구도가 형성되면서 이스라엘 방산업체들은 경쟁력을 갖기 시작했다. 그 결과 수출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이스라엘 정부는 방산업체들이 수출을 추진할 때 보안 관련 사항에 대해서만 엄격히 통제하고, 그 이외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