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발 변동성 장세서 ETF가 빛 볼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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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에게 듣는다 - 심재환 한국투자신탁운용 베타운용본부장지난달 24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펼쳐진 변동성 장세에서 단연 빛난 상품은 상장지수펀드(ETF)였다. 투표 후 사흘간 코스피지수와 코스피200지수의 방향을 추종하는 인버스·레버리지 ETF에는 약 1조원 가까운 자금이 들어왔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은·채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는 1주일간 5~8%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환매 쉬워 단타 매매도 좋지만
해외지수나 원자재 ETF 등은
길게 가져가는 자산배분 전략
금ETF 활용해 불확실성 대비
베트남 VN지수 ETF도 유망
심재환 한국투자신탁운용 베타운용본부장(상무·사진)은 “시장 변동성이 커지며 단기 수익을 얻는 것(인버스·레버리지)과 동시에 경기방어(안전자산)를 위해 투자자들이 ETF를 택했다”고 말했다. 심 본부장은 1997년 LG투자증권에 입사한 뒤 20년간 패시브 투자(지수 투자)에 집중한 패시브상품 전문가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운용하는 총 21가지 ETF 상품의 개발 및 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VN30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상장하는 등 동남아시아 나라의 시장 지수를 활용한 ETF 상품에 집중하고 있다.▷브렉시트 이후 ETF 투자가 늘었다.
“ETF는 펀드 형태지만 환매할 필요 없이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다. 투자 자산도 다양해 이번 급변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 같은 현상은 미래 자본시장이 지수를 추종하는 ETF 중심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야구 기술이 발달하면서 ‘4할 타자’가 사라졌다. 고도화한 자본시장에서 종목 투자로는 초과 수익(4할 타자)을 얻기 어렵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알고 있다는 뜻이다.”
▷신흥국으로 전 세계 자금이 모였다.“성장성이 높은 신흥국 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개별 주식에 대한 정보는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여러 국가의 다양한 연구 보고서가 나오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때 해당 국가의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활용하면 된다. 나라와 시장에 대한 정보는 개별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주요 해외 지수는 실시간으로 공개되기 때문에 투자 자산의 투명성이 높다.”
▷해외 지수 ETF에 투자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환 헤지 여부를 살펴야 한다. 해당 국가의 주가 방향과 환 방향이 정관계인지 역관계인지 파악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중국은 위안화가 강세를 띠면 주가도 오른다. 반면 해외 수출 비중이 큰 일본은 엔화가 강세를 띠면 주가가 떨어진다. 이 때문에 한투운용은 중국 ETF는 환을 열어두고 일본 ETF는 환 헤지를 하고 있다. 베트남 등 신흥국은 환 헤지 효과보다 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열어놓고 가는 상품이 많다. ETF 상품 뒤에 ‘H’가 붙어 있으면 헤지를 했다는 뜻이니 이를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ETF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ETF는 자산배분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 예컨대 주식 40%, 채권 40%, 원자재 10%, 부동산 10%의 비중으로 자산을 배분했다고 하자. 기초자산인 주식, 채권, 원자재, 부동산과 관련한 ETF는 다 출시돼 있다. 실물을 사는 방법도 있지만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 채권지수를 추종하는 ETF, 부동산지수(리츠지수)를 추종하는 ETF 등을 활용해 자산배분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물에 직접 투자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비용도 저렴하다.”
▷ETF 투자에 유념해야 할 점은.“흔히들 단타 매매(단기 트레이딩) 개념으로만 ETF에 접근한다. 국내 투자자들이 레버리지나 인버스 ETF 위주로 투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환매가 쉽다는 특성상 단기 투자에 ETF는 훌륭한 투자 도구다. 하지만 ETF의 가장 근본적인 특징은 장기 자산배분이다. 레버리지 인버스 등으로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해외 지수나 원자재 ETF 등은 장기로 가져가는 자산배분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ETF 거래가 원활하려면 유동성 공급이 잘돼야 하기 때문에 이런 점도 미리 살펴봐야 한다.”
▷지금 같은 때에 추천할 만한 상품은.
“앞으로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11월 미국 대선을 비롯해 내년에 있을 독일과 프랑스 선거 등 정치적 변수가 경제 환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서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ETF를 활용해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 한편으론 브렉시트 때문에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이 미뤄진 만큼 신흥국 시장에 글로벌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 베트남 VN지수를 추종하는 ETF 등 신흥국 시장에 투자하는 상품을 추천한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