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국 총리 메이 '소프트 브렉시트' 이룰까

성격은 '강직', 패션은 '화려', 정책은 '중도'

현실주의·실용주의
"소수의 특권층 아닌 모두를 위한 국가" 강조

세계적인 패셔니스타
분홍색 표범무늬 구두·금색부츠 신고 행사 참석

브렉시트 협상 적임자
"브렉시트 재투표 없다"…영국 유리한 조건 만들어 협상
영국 차기 총리로 결정된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런던 의회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런던EPA연합뉴스
‘완고한, 강직한, 타협하지 않는, 사적인 대화를 즐기지 않는, 빌어먹을 정도로 까다로운….’

테리사 메이 영국 내무장관(59)을 수식하기 위해 영국 언론이 동원한 단어다. 그는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뒤를 이어 13일(현지시간) 총리 자리에 오른다.

메이 장관은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이후 26년 만에 두 번째 여성 총리로서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 있는 총리관저에 입성한다. 세계 언론은 일제히 ‘제2의 대처’, ‘제2의 메르켈(독일 총리)’이라고 그를 평가했다. 메이 장관은 “나는 나만의 길을 걸을 것이며, 정치적 롤모델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꼿꼿하고 강철 같은 메이 장관의 성격은 대처나 메르켈과 닮았지만 정치적 노선은 다른 점이 많다. 그가 브렉시트 후의 영국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세계 정치·경제 지형도 달라질 수 있다.○“보수당, 평범한 사람들 당으로”

대처 전 총리는 강력한 시장주의, 정부의 불간섭주의, 개인주의 등을 내세웠다. 메이 장관은 다르다. 그는 11일 기자회견에서 “영국을 소수 특권층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나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기업 이사회에 근로자 대표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는 근로자 이사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주주가 경영진 연봉을 제한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은 주주총회에서 경영진 연봉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권고만 할 수 있다. 그는 이어 “보수당을 일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당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파이낸셜타임스는 그가 “시장·개인주의 대신 사회·공동체 가치를 믿는다는 주장으로 대처와 거리를 두려 한다”고 분석했다. “그의 서늘한 면모 뒤에는 계층 간 이동을 촉진해야 한다는 강력한 신념이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메이 장관의 경제정책을 뜯어보면 캐머런 총리 등과 함께 만든 것도 있지만 생활임금 제도 등 에드 밀리밴드 전 노동당 대표의 공약을 가져오기도 했다.

메이 장관으로선 브렉시트 투표로 분열된 영국을 하나로 통합하고, 자중지란에 빠진 노동당 지지층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도 중도주의적인 태도가 유리하다.메이 장관은 뼛속 깊이 신자유주의자이던 대처에 비해 현안마다 판단을 달리하는 현실주의자, 실용주의자이기도 하다. 유럽연합(EU)에 회의적이면서도 잔류 캠페인 진영에 합류했고, 보수당이면서도 노동당 정책을 채택하는 식이다.

보수적이고 약간 남성적인 패션을 지향한 대처나 메르켈과 달리 메이 장관은 영국은 물론 세계 정치계에서도 알아주는 ‘패션 피플(선도적 패션을 즐기는 사람)’이기도 하다. 분홍색 표범무늬 구두나 금색 부츠를 신고 주요 행사에 나타나는 일이 흔하다. 가슴골이 깊이 팬 정장 때문에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브렉시트 협상 등 과제 산적

메이 장관에게 주어진 가장 무거운 짐은 브렉시트에 따른 영국 내 혼란을 정리하는 일이다. 그는 국민투표 전 EU 잔류를 지지했지만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를 뜻하며, 우회적으로 EU에 남지도 않을 것이고, 또 다른 국민투표를 추진하지도 않겠다”고 했다.그는 연내 EU 탈퇴 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모든 준비를 다 마치고 영국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기 전에 신청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는 브렉시트 협상을 전담하는 ‘브렉시트부’를 신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