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맏형' 독일마저…마이너스금리 국채 발행

10년만기 국채 -0.05%

'브렉시트 쇼크'로 불확실성 우려…스위스, 모든 국채금리 마이너스
글로벌자금 안전자산에 몰려…미국 30년물 '사상 최저'에도 뭉칫돈
독일이 13일(현지시간) 10년 만기 국채(분트)를 마이너스 금리에 발행했다. 독일뿐만 아니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미국도 30년 만기 장기국채 120억달러어치를 역대 최저 수준인 연 2.17% 금리에 발행했다.
○“안심하고 맡길 데가 없다”이날 독일이 시행한 48억유로(약 53억달러) 규모의 국채발행 입찰에 유럽 각국 자금이 몰리면서 금리가 연 -0.05%까지 떨어졌다. 일본과 스위스가 10년 만기 국채를 지난 3월과 4월 각각 마이너스 금리에 발행한 적은 있지만 유로존에서는 독일이 처음이다. 독일 국채금리는 유럽 다른 나라 국채금리에 벤치마크가 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훨씬 클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이 향후 유럽 경제 전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안전자산에 ‘묻지마 투자’를 감행할 정도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날 스위스도 2058년 만기가 돌아오는 42년짜리 국채를 -0.02% 금리에 발행했다. 이 역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스위스는 5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지난 5일 -0.003%까지 떨어지면서 만기별로 모든 종류의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이날 영국의 10년물 국채금리도 연 0.74%로 떨어져 최저가에 근접했다. 이는 1년 전 연 2.1%보다 1.4%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월가의 한 관계자는 “이제 채권을 아무도 ‘픽스트 인컴(fixed income)’으로 부르지 않는다”며 “대신 ‘픽스트 도네이션(fixed donation)’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고 말했다. 확정수익을 제공하는 안전투자 상품인 채권이 발행기관에 일정액을 기부하는, 손해보는 투자가 된 비정상적인 시장 상황을 빗댄 것이다. NYT는 투자자들이 국채를 매입하는 ‘특혜’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뒤틀린 단면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물 건너가는 美 금리인상 전망

미국의 만기 30년짜리 장기국채도 연 2.17%의 역대 최저금리로 이날 발행됐다. 발행 물량이 120억달러에 달했지만 세계에서 투자금이 몰리면서 기존 최저 금리였던 지난해 1월의 연 2.43%보다 0.26%포인트 낮아졌다. 스톤앤드매카시리서치의 존 카나반 시장분석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미 국채가 안전자산이면서 플러스 수익률을 제공하는 최고 투자처”라고 말했다. 일본과 독일 등 유럽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유일하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안전투자 상품은 미 국채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뜻이다. 신용평가회사 피치에 따르면 이미 세계에서 발행된 국채 중 약 3분의 1에 달하는 11조7000억달러어치는 마이너스 금리에 거래되고 있다.이처럼 금리인상 시 큰 손해가 발생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글로벌 투자금이 국채에 쏠리는 것은 초완화적 통화정책이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에 찬 시장 분위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14일 영국 중앙은행(BOE)은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현재 연 0.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8월 회의에선 완화적 통화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 중앙은행(Fed)도 연말까지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으로 월가는 예측하고 있다.

로버트 캐플란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휴스턴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 “Fed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벗어나는 데 인내심을 가져야 하며 점진적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방은행 총재는 “기존 통화정책이 실패하면 (무차별적 돈 살포를 의미하는) ‘헬리콥터 머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