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로 산 50년 건설 인생…이지송 "새 미래 꿈꿀 것"
입력
수정
지면A37
후배들로부터 평전 헌정받은 이지송 전 LH 사장
한국 건설사의 산 증인…뇌출혈 딛고 8개월만에 일어서
"회사 못살리면 나도 파산"…현대건설 회생·LH 통합 이끌어

14일 오후 6시 서울 양재동 엘타워 6층 연회장에 지팡이를 짚은 이 전 사장이 들어서자 하객 300여명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맞았다. 그는 정세균 국회의장, 변탁 태영건설 부회장,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등 초청객 및 건설업계 선후배와 일일이 손을 맞잡았다.이 전 사장은 1년 전 이맘때 뇌출혈로 쓰러진 뒤 반년 가까이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다. 그러나 이날은 투병 사실을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건강한 모습이었다. 축사를 위해 연단에 오른 김수삼 한양대 명예교수는 “이 전 사장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현대건설 임원 출신 모임인 현본회와 LH 임원 출신 모임인 초석회에서 그의 재직 시절 자료를 모아 평전 출간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연단에 오른 이 전 사장은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들 한다”며 “‘꿈의 한가운데서, 다시 시작’이란 책 제목처럼 미래를 꿈꾸며 다시 시작해보겠다”고 축사에 답했다.

수많은 현장을 진두지휘하며 건설업의 본질을 체득한 그는 이후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 관리를 받던 현대건설,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통합으로 새로운 리더십이 간절히 필요했던 LH의 구원투수로 등판해 성공적인 경영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2003년 현대건설 사장 제의를 받은 당시를 떠올리며 “‘사장직을 수락하면 개인보증을 서야 하니까 재산을 정리하고 가라’는 주변의 조언을 뒤로하고 회사를 살리지 못하면 나 자신도 파산하겠다는 각오로 현대건설호에 뛰어들었다”고 회상했다.
위기의 순간엔 냉철하고 엄격한 경영자였지만 평소엔 사재를 털어 형편이 어려운 직원을 도울 정도로 직원들을 아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LH 초대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암 등 중병에 걸린 직원 68명에게 100만원씩을 사비로 지급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