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경제 허리' 중견기업] 강호갑 회장 "렉시트 합시다"

"규제 풀고 인식 바꿔 중견기업 키우자" 주문

매출 1조 중견기업 2만개되면 청년실업·양극화 문제 풀려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사진)은 요즘 정부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렉시트(Rexit)’를 아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렉시트는 규제(regulation)를 개혁(exit)하고, 기존 인식(recognition)을 전환(exit)한다는 의미로 강 회장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빗대 만든 단어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사무실에서 19일 만난 강 회장은 “중견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이 렉시트, 즉 규제 개혁과 인식의 전환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고, 한국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세간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강 회장은 “‘중견기업 성장 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중견기업특별법)’이 시행된 지 2년을 맞지만 솔직히 중견기업 현장에서는 ‘우리를 위한 법이 있는지조차 모르겠다’는 하소연을 듣는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특히 “특별법을 뒷받침할 관련법 개정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강 회장은 “특별법은 정치권과 정부가 ‘중견기업이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며 제정했으나 취지가 잊혀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기업을 키워 중소기업을 벗어나면 각종 규제에 막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이른바 ‘사다리 걷어차기’에 대한 개선 공감대가 지금까지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견기업이 일자리, 세금, 수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며 “연간 매출 1조원을 올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중견기업이 2만개 정도 되면 청년 실업과 양극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강 회장은 “중견기업이 원하는 것은 중소기업처럼 ‘보호 장벽’을 쳐 달라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육성’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