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초영화제] "당신은 진정한 영웅"…29초 영상으로 꽃핀 순국선열의 애국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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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원 29초영화제 시상식한 군인이 타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보며 쪽지를 꺼낸다. 찢어진 쪽지에 연필로 시 한 편을 적어 내려간다. “나의 무덤엔 묘비가 쓸데없다/ 고향에 묻히어 한 줌 흙 되면 그뿐/ 이름 없는 꽃이나 한 그루 심어다오/ 나는 썩어 거름이 되리니/ 고향의 봄에 한 송이 더 많은 꽃이 피리라.’ 군인이 적은 쪽지는 어느새 현충원에 새겨진 비명(碑銘)이 된다. 1964년 서거한 독립운동가 노성원의 묘비다. “이름 없는 꽃은 있어도, 이름 없는 이는 없습니다. 그들의 이름을 찾아주세요.” 내레이션과 함께 ‘현충원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이름표입니다’라는 자막이 깔린다.
국립서울현충원·한경 공동 주최
안성민·변경석 '현충원은 대한민국의…' 군인부 대상
일반부 이호형·배성훈, 청소년부 박지수 감독이 대상
214편 출품…우수작 18편에 총상금 2000만원
한 편의 시가 주는 여운과 뛰어난 영상미가 돋보이는 이호형, 배성훈 감독의 ‘현충원은 대한민국의 이름표입니다’가 국립서울현충원 29초영화제에서 영예의 일반부 대상을 차지했다. 20일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다. 국립서울현충원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현충원은 대한민국의 OOO이다’ ‘Hero-우리의 영웅 이야기’ 등 두 가지. 선열들의 애국정신과 희생의 의미를 참신하고 감동적으로 풀어낸 214편이 출품됐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우수작 18편에 총상금 2000만원이 주어졌다. 김인호 국립서울현충원장은 시상식에서 “‘현충원’ ‘영웅’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참신하게 풀어낸 출품작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며 “나라를 사랑하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군인부 대상은 안성민, 변경석 감독의 ‘현충원은 대한민국의 이어달리기다’에 돌아갔다. 한 군인이 현충원에 안장된 자신의 할아버지를 찾아가 참배한다. 고개를 들자 낡은 군복을 입은 할아버지가 서 있다. 할아버지는 목에 걸려 있던 인식표를 손자의 손에 쥐어준다.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을 잇겠습니다”라는 대구법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청소년부 대상은 박지수 감독의 ‘나는 오늘도 학교에 간다’가 차지했다. 학교로 가는 버스에서 한 여학생이 창 밖을 바라본다. 여학생은 총을 들고 뛰며 두 다리 펴고 쉬는 게 꿈일 그들을 상상한다. 같은 아침, 다른 하루를 보냈을 그들 덕분에 평화로이 학교에 갈 수 있었다며 감사하는 마음을 한 편의 시처럼 표현했다.
일반부 최우수상은 ‘평범한 삶 속에서 영웅이 탄생한다’는 메시지를 완성도 높은 영상으로 표현한 이다솔 감독 등의 ‘영웅호연 HERO, 우리들의 영웅이야기’에 돌아갔다. ‘호연’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았다. 위대해 보이지만 사실은 평범한 육군대위 김호연 씨의 비석과 옷 가게 직원, 포장마차 주인, 여대생으로서 평범해 보이지만 위대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 주변의 호연씨들을 나란히 보여준다.
군인부 최우수상은 ‘현충원은 대한민국의 이름이다’에, 청소년부 최우수상은 박동률 감독의 ‘형제의 약속’에 돌아갔다. ‘현충원은 대한민국의 이름이다’는 내 이름을 읽고,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태극기를 태극기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이 당연함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바쳤기 때문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형제의 약속’은 학도병으로 참전해 전사한 형에게 노인이 된 동생이 그리움과 감사함을 전하는 내용이다.일반부 우수상은 전해인 감독의 ‘현충원은 대한민국의 고맙고 감사함이다’, 남기쁨 감독의 ‘Hero, 우리들의…영웅 이야기’가 차지했다.
수상작과 출품작은 케이블TV를 통해 방송되고, 국립서울현충원 홍보 영상으로도 활용된다. 장선영 한국경제TV 아나운서의 사회로 열린 이날 시상식은 수상자와 가족, 군인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이돌 그룹 ‘우주소녀’의 축하 공연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참석자들은 추첨을 통해 삼성 갤럭시S7, 삼성 기어핏2, 에버랜드 자유이용권 등 푸짐한 경품을 받았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