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떨어져 못하겠다"…사표 던지는 회계사들
입력
수정
지면A2
스트레스는 많고 보수는 뒷걸음…작년 '빅4 회계법인'서 1167명 퇴사지난해 12월 국내 한 대형 회계법인 감사본부에서 10명의 회계사가 무더기로 사표를 내고 민간기업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회계업계에서 가장 많은 일이 몰리는 연말 감사철이었다. 해당 법인 관계자는 “회계사들의 이직이 평소에도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최소한 감사 시즌은 지난 뒤에 사표를 내는 것이 암묵적인 관행이었다”며 난감해했다.
3년 이상 8년 미만 회계사
연봉 삭감까지 각오하고 일반기업·금융회사로 이직
분식회계·주가조작 등으로 회계사에 대한 시선도 '싸늘'


일반 기업이나 금융회사 등으로 옮기는 회계사의 주류는 경력 3년 이상 8년 미만의 연차다. 업계의 허리 역할을 하는 층인 만큼 사표를 받는 선임 회계사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이 과거처럼 좋은 대우를 받고 옮기는 것도 아니다. 매년 1000명에 가까운 회계사가 시장에 쏟아지면서 ‘전문성의 희소성’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대기업으로 이직한 7년차 회계사 A씨는 “연봉은 8000만원 수준으로 회계법인에서 근무할 때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공기업으로 옮기는 경우에는 연봉 삭감을 각오해야 한다. 5000만원대 연봉을 받으며 한 대형 회계법인에 3년째 근무하고 있는 B씨는 1000만원 삭감을 감수하고서라도 공기업으로 이직하는 경로를 찾고 있다. 그는 “통상 공기업은 경력직 공채 없이 신입사원 위주로 채용전형을 하는데, 3~4년차 회계사의 지원율이 꽤 높다”며 “연말 감사철에 야근과 격무에 넌더리가 난 젊은 회계사들은 기회가 오면 미련 없이 털고 나간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양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월급과 자존심’ 문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자산총액 100대 대기업에 대한 감사시간은 74만4038시간으로 전년에 비해 약 4만시간 늘었다. 반면 시간당 감사보수는 7만7000원 선으로 거의 동결됐다. 이 금액 역시 2009년 전체 상장사 평균 감사보수(8만3200원)에 비해 10% 가까이 떨어진 수준이다. 4대 법인의 신입 회계사 평균연봉은 4000만원 초반대로 은행권보다도 낮다.
김태호/김동현/이유정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