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개입' 의혹에 내홍 겪는 새누리당…친박-비박 기싸움

새누리당이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들의 공천 개입 논란에 내홍을 겪고 있다. 전당대회를 약 3주 앞두고 불붙은 이번 논란에 비박(비박근혜)계와 친박계가 날선 기싸움을 벌이는 모습이다.

TV조선은 지난 18일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윤상현 의원이 4·13 총선 과정에서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한 예비 후보에게 출마 지역 변경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통화 녹음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비박계 당권 주자인 김용태 의원은 20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당이 이 문제로 거의 엉망이 됐다. 더이상 우리가 덮고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빨리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법률 검토를 거쳐 검찰에 고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호영 의원도 TBS라디오에서 "당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공천 과정에서 이런 불법행위에 가까운 일이 있었다면 꼭 짚어야 한다"면서 "무슨 음모를 갖고 공개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친박계는 전화통화 녹취가 전대를 목전에 두고 공개된 데 대해 '기획설'을 주장하며 반격에 나섰다.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왜 이 시점에서 음습한 공작정치 냄새가 나는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앞으로 만약 이런 일이 또 벌어진다면 가만히 있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서 의원은 전날 전당대회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최근 친박계 결집력이 크게 떨어지 데다 녹취록 파문까지 돌발해 출마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비박계 유력 당권 후보로 거론돼 온 나경원 의원도 대표 경선에 나가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나 의원은 그동안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이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할 경우 자신도 출마할 것으로 시사해 왔다. 나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당의 혁신적 변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출마 여부를 깊이 있게 고민했고 그 과정에서 당원 여러분과 국민의 많은 지지를 받았다"면서 "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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