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3단지 분양 보증 못해주겠다"…국토부, 강남재건축 고분양가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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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산하 HUG, 보증 불허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앞세워 아파트 분양가격 통제에 나섰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격이 치솟자 분양보증을 내주지 않는 방법으로 사실상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 통제에 나선 것이다. 조합 등 주택사업자는 분양보증을 받지 못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분양승인을 받을 수 없어 일반분양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3.3㎡ 평균 분양가 4310만원…주변보다 10%이상 비싸다"
시공사·건설업계 큰 반발
"차별화 설계 하지말란 말이냐"…신반포5 등 분양가 책정 비상
◆정부, 사실상 분양가 통제 나서25일 HUG는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사업조합(디에이치아너힐즈)의 분양보증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HUG 관계자는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격이 인근 다른 사업장으로 확산하면 HUG의 보증리스크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보증업무를 하는 HUG가 고(高)분양가를 이유로 분양보증을 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HUG는 앞으로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분양가 대비 10%를 초과하면 고분양가로 판단해 분양승인을 내주지 않을 방침이다. 강남권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해 분양보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개포주공3단지는 일반분양가(3.3㎡당 평균 4313만원)가 강남구 3.3㎡당 평균 분양가격(3804만원)보다 13% 높고, 3개월 전 분양한 인근 개포주공2단지의 3.3㎡당 분양가(3762만원)보다도 14% 높다.
HUG 관계자는 “고분양가라고 판단되면 강남, 강북을 떠나 분양을 앞둔 다른 단지에 이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며 “개포주공3단지뿐만 아니라 강남과 과천에서 나올 고분양가 단지를 전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개포주공3단지도 분양가 외에 다른 문제는 특별히 없기 때문에 분양가를 인근 아파트 대비 10% 이내로 낮추면 분양보증 발급 승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건설업계 반발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개포주공3단지는 일반분양을 휴가철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조합 관계자는 “어차피 휴가철이어서 분양이 쉽지 않다”며 “당분간 조합과 시공사가 시간을 두고 대의원 등에게 의견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분양을 앞둔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5차, 서초구 잠원동 잠원한신18차 재건축, 서초구 방배3동 단독주택 재건축 단지 등 재건축 단지들도 분양가 책정에 비상이 걸렸다.건설업계는 HUG의 이번 조치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분양보증은 일반분양을 위한 필수적 단계인 것을 고려하면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된 것이나 다름없어서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분양보증 리스크가 커지면 보증 수수료를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아예 분양보증을 거부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분양가를 낮추면 일반분양자에게 과도한 시세차익이 돌아가 청약과열이 우려되고 ‘로또’ 아파트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HUG가 제시한 분양가 기준도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브랜드와 가구 수, 설계·마감재 등에 따라 분양가가 천차만별인데 10% 룰을 어떻게 일률 적용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