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지역 주민 배려 아쉬운 '한강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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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주말을 앞둔 지난 22일 오후 9시께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한 인디밴드(기획사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밴드)가 임시로 설치된 무대 위에서 강렬한 전자 기타 소리와 함께 열창하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레이저 조명이 밴드 공연에 열광하는 관객들을 비추자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서울시가 다음달 21일까지 11곳의 한강공원에서 여는 ‘한강몽땅 여름축제’의 한 장면이다.
그런데 공연 내내 스피커 음량이 음향 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했다. 곳곳에서 관객들 원성이 터져나왔다. 알고 보니 스피커 음향은 행사를 주최한 서울시가 의도적으로 조절한 것이었다. 이유가 뭘까. 서울시는 “공원 근처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소음 공해에 대한 민원이 많이 들어와 음향을 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서울시에 따르면 이 축제가 시작된 지난 15일 이후 소음과 빛 공해에 항의하는 인근 주민 민원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접수되고 있다. 여의도가 유독 심하다. 주택가에서 수백m가량 떨어진 다른 한강공원과 달리 여의도 한강공원은 아파트 단지와 가깝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강몽땅 여름축제 행사 대부분이 이곳에서 열린다. 공원 근처에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이 있어 교통이 편리한 데다 물빛광장 등 수변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서다.
여의도 한강공원에선 지난 15일부터 매일 밤 10시까지 밴드 등 각종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소음 및 빛 공해에 시달리는 지역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공연을 즐기러 온 시민도 많아 무작정 음악 소리와 조명을 줄일 수만은 없어 난처하다”고 털어놨다.
2013년부터 열리고 있는 한강몽땅 여름축제는 매년 1000만명가량의 시민이 찾는 서울의 대표 여름축제로 자리 잡았다. 다만 다수의 즐거움을 위해 지역 주민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축제 분위기는 살리되, 밴드의 야간공연을 줄이는 등 축제와 지역 사회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서울시가 고민해야 할 때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