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대구치맥축제선 생맥주 즐긴다

"독일 옥토버축제처럼 키우자"
시 규제개혁추진단 노력 끝에 수제맥주 판매 허용받아
야외·옥상영업도 합법화…수성유원지 관광객 북적
지난해 대구치맥축제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캔맥주를 마시고 있다. 대구시 제공
27일 개막하는 대구치맥축제에서 예년과 달리 다양한 수제맥주와 생맥주를 마실 수 있게 됐다. 캔맥주 판매만 가능했던 지난 행사와 달리 현장에서 만든 수제맥주와 생맥주까지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축제의 격’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시는 해외 관광객까지 찾아오는 지역 대표 축제로 성장한 대구치맥축제에서 다양한 맥주를 마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규제에 묶여 팔지 못했던 수제맥주와 생맥주를 팔 수 있게 했다고 26일 밝혔다. 지역 축제장에서 주류판매를 합법화한 첫 사례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대구치맥축제는 그동안 다양한 브랜드의 치킨과 일반 맥주의 결합으로 첫해인 2013년 30개 업체 27만명, 지난해 87개 업체 88만명이 참가하는 등 매년 참가 업체와 인원이 늘었다. 올해도 92개 업체가 참가하고 100만명 이상이 행사장을 찾을 것으로 시는 예상했다. 이런 성장에도 수제맥주와 생맥주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주류판매규정 때문에 캔맥주만 마실 수 있어 ‘김빠진 치맥축제’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올해 대구치맥축제에서는 독일 옥토버페스트처럼 축제 현장에서 만든 수제맥주와 생맥주를 마시며 축제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대구 대경맥주와 플래티넘, 영천 수제맥주협회, 부산 갈매기브루잉, 경기 플레이그라운드 부루어리 등 각 지역 대표 수제맥주 5개 브랜드와 10개 해외 생맥주 업체가 참가한다.대구치맥축제의 고민을 해결한 것은 대구시 규제개혁추진단이다. 규제개혁추진단은 주류판매 관련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을 찾아다녔다. 세계적인 치맥축제로 만들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축제 기간만이라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설명해 생맥주와 소규모 맥주 제조자가 생산한 수제맥주 판매 허용을 이끌어냈다. 김승수 행정부시장은 “행정기관 자세만 바꾸면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지역 축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소비자와 시민 입장에서 불편한 점을 찾아내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그동안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다양한 규제를 개선하는 데 노력해왔다. 건물 옥상이나 마당 등 자투리 공간에서 커피나 식사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식품위생법은 옥외영업이 가능하도록 개정됐지만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소음·냄새·쓰레기 발생 등 민원을 우려해 조례나 규칙을 개정하지 않았다. 이에 시는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설득에 나섰고 달성군과 동구, 수성구에서 옥외영업을 허용했다. 수성구는 수성유원지 일대를 옥외영업 허용 대상지로 지정하고 옥외영업 공간을 건물 옥상까지 확대했다. 수성구에서는 옥상영업 12곳을 포함해 61곳이 옥외영업을 하고 있다.

중구도 반월당네거리~중앙네거리~공평네거리~봉산육거리 등 동성로 중심상업지역을 옥외영업 대상에 포함해 영업환경을 개선했다. 윤기봉 중구청 위생과 주무관은 “대상 지역은 동성로 일대 55만㎡로 47곳의 레스토랑과 휴게점, 제과점 등이 옥외영업을 시작했거나 준비 중”이라며 “업주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하고 있는 데다 옥외영업 허용으로 동성로가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