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몸값 뛴 경제통 의원들

박명재 새누리 사무총장, 재정·예결소위에 중복 배치
추경호, 조세·재정소위 '1인 2역'…일자리특위 부위원장도 맡아
최운열 더민주 정책위 부의장, 경제민주화 TF 위원장도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 의장, 기재위 간사·당 비대위원
업무 과중…대상포진 도져 입원도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2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직을 같은 당 윤영일 의원에게 넘겼다. 사유는 ‘업무 과중’. 대표적 경제통으로 꼽히는 김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간사를, 당내에선 정책위원회 의장과 비상대책위원을 함께 맡고 있다. 지역구(서울 관악갑) 관리를 놓을 수 없어 ‘월화수목금금금’의 생활을 해온 그는 이달 초 대상포진이 도져 입원까지 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구조조정,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추가경정예산 등 경제 현안이 쏟아져 업무에 과부하가 걸렸다”며 “예결위에서 빠졌어도 하루 10개 이상의 일정을 소화하는 게 다반사”라고 했다. 여름휴가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20대 국회의 경제통 의원들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경제통 의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국회가 다뤄야 할 경제 현안이 늘면서 의원들은 상임위·특위·정책위·태스크포스(TF) 등에 ‘중복 차출’되고 있다.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은 기재위 조세소위원회와 경제재정소위원회에 모두 배치됐다. 한 의원이 두 법안소위에서 ‘1인2역’을 하는 건 흔치 않다. 경제관료 출신인 그는 예결특위 위원, 새누리당 일자리특위 부위원장도 맡고 있다. 추 의원실의 김유현 보좌관은 “지금도 강행군이지만 9월 정기국회 때는 더할 것 같다”며 “정부에서 넘어오는 세법개정안만 해도 읽어야 할 것만 300~400개”라고 했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말 당 사무총장에 임명된 상황에서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와 예산결산소위원회에 중복 배치됐다. 주변에선 “업무량이 너무 과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온다.공인회계사 출신인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당 제3정책조정위원장, 공정거래 TF팀장에 이어 당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 부원장에 내정됐다. 채 의원은 “젊은 초선인데 힘든 티를 낼 수 있겠느냐”고 웃으면서도 “국회 개원을 준비하면서 이런저런 일정이 많아 대상포진에 걸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영학 교수를 지낸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정책위 부의장, 경제민주화 TF 위원장 등의 중책을 동시에 소화하고 있다. 19대 때 경제통 기근에 시달린 더민주는 그래도 사정이 한결 나아졌다. 김종인 진영 김진표 등 중량감 있는 인사가 새로 합류한 데다 제윤경 박용진 등 ‘초선 저격수’도 늘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의 강석훈 이종훈 이한구 이만우 나성린 류성걸 김종훈 전 의원 등이 빠지면서 상대적으로 경제통 라인업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당은 38석의 ‘미니 야당’이라는 한계 때문에 소수의 전문가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지적이다.

임현우/김기만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