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관객 신화'의 그림자…무너지는 영화예술의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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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 기자의 컬처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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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사가 ‘1000만’의 달콤함에 빠지는 것은 흥행이 곧 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대한 플랫폼의 변화와 함께 이런 공식은 달라지고 있다. 오프라인에선 흥행 상위 작품 20%가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파레토 법칙’이 적용된다. 그러나 극장 밖 열린 플랫폼에선 다르다. 온라인·모바일 등에선 하위 80% 작품이 절반 이상의 매출을 내는 ‘롱테일 법칙’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 아마존 등은 다양한 작품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스오피스 경제학》을 쓴 경제학자 김윤지 씨는 “디지털 공간에선 작품 수를 늘리는 것 자체가 더 의미 있다. 보다 ‘롱테일스럽게’ 사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튼튼한 문화적 토양을 위해서도 다양성은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다. 1900년대 오스트리아 빈에서 탄생한 미술, 음악, 건축 등 다양한 문화적 성과는 오늘날까지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이 시대를 이끈 화가 클림트와 실레, 음악가 말러 등도 우리에게 익숙하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다수가 정해놓은 기존 틀과의 ‘분리’를 선언한 ‘빈 분리파’다. 이들은 다양성을 위해 전위적 시도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예술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시대엔 그 시대 나름의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다시 국내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올 상반기 ‘무(無)1000만’이란 말이 영화계를 짓눌렀다. 지난해 1000만 영화가 상반기부터 쏟아진 것과 달리 올해에는 아직 한 편도 나오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곡성’ ‘아가씨’ 등 국내 영화사에 길이 남을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영화들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과연 1000만 영화가 나올 것인가’에 모두의 관심이 쏠린 지금, ‘곡성’의 한 대사가 떠오른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