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입이냐"…등 돌리는 서울 사립대…위상 추락하는 대교협

회비납부 거부 확산

주요 대학들 "정체성 잃었다"…회장직 꺼리고 잇따라 반발
교육부 지원 받아야 하는 지방대끼리 회장직 돌려막기
전국 4년제 대학(203개)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1982년 설립 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고려대 등 대형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회비 납부를 거부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對)정부 ‘쓴소리 창구’여야 할 대교협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각 대학에 따르면 서울 소재 사립대를 중심으로 대교협 회비 납부 거부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고려대가 지난해와 올해 연 7000만원가량의 회비를 내지 않은 데 이어 서강대, 이화여대도 올 회비를 아직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대교협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면서 대체 조직까지 생겨났다. 지난해 서울총장포럼이 출범한 데 이어 지난달 초 서울 상위권 10개 사립대를 중심으로 미래대학포럼이 신설됐다. 한 대형 사립대 총장은 “대교협이 있으나 마나 한 조직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내부 갈등도 커지고 있다. 교육부 지원을 받아야 생존할 수 있는 지방 중소 대학과 대학 교육 미래를 위해선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내야 한다는 서울 소재 대형 대학 간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최근엔 서울의 한 대형 사립대 총장이 차기 대교협 회장직에 도전하려다 지방 사립대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A사립대 총장은 “대교협 회장직을 지방대가 독식하는 걸 보다 못해 나선 것인데 지방대 총장들이 추대가 아니라 선출로 뽑자고 하는 바람에 출마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대교협이 비판의 도마에 오른 것은 정체성 혼란에 빠졌기 때문이라는 게 대학가의 지적이다. 대교협은 ‘대학교육의 자주성과 공공성을 높이려는 목적’(제1조)으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법에 따라 설립됐다. 대학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자는 취지로 출범했다. 하지만 현재 대교협의 최대 사업은 ‘교육부 대행’이다. 지난해 수입(1452억원) 중 회원사 회비는 47억원뿐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교육부에서 지원받은 돈이다.교육부 의존도가 커지자 대교협 회장 선출 관행에도 변화가 생겼다. 16대까지만 해도 지방대 총장은 단 4명뿐이었지만 17대부터 현 22대까지 6명 중 5명이 지방대 총장 출신이다. 대교협 살림을 도맡아 하는 핵심보직인 사무총장직은 관료 출신이 차지한 지 오래다. 지난해 8월에 선임된 전찬환 사무총장(12대)은 교육부 재정기획관 출신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교협 사무총장직은 퇴임 후 지방대 총장이나 교육부 산하 기관의 장으로 가는 지름길로 통한다”며 “교육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동휘/임기훈 기자 donghuip@hankyung.com